첩보잠수함 미 「넙치호」/드러나는 「25년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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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길이 백16m… 심해탐사 장비 갖춰/구소 침몰 배·우주선등 몰래 인양/타국 케이블 도청도… 최근 외국에 판매시작
미국의 해저탐사 첩보잠수함대인 넙치부대가 25년만에 그 비밀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길이 1백16m의 헬리버트(넙치) 잠수함은 미 중앙정보국(CIA)이 지난 68년 비밀리에 제작,해저탐사 첩보수집에 본격적으로 사용해온 것으로 바다에서 실종된 각종 선박·잠수함·무기·로킷·비행기·우주선은 물론 해저실종 핵미사일이나 핵폭탄을 수색,인양하는 외에도 다른 나라의 해저케이블 등을 도청하는 첩보활동을 해왔다.
60년 원래 유도미사일 잠수함으로 개발된 이 넙치잠수함은 선복부분이 각종 해저탐사장비를 장착하기 좋게 설계돼있어 미 CIA가 이를 첩보용으로 개조한 것이다.
넙치잠수함은 미국 핵잠수함 스래셔호가 63년 침몰하자 이를 탐사하기 위해 급히 개발됐으며 65년 대대적인 개조작업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65년 개조설계에 따라 넙치잠수함은 길이 5㎞의 케이블과 해저 가까이 도달할 수 있는 심해탐사장비 및 인양용 갈쿠리가 장착됐다.
넙치잠수함이 미국 첩보활동에 크게 기여한 것은 68년 구 소련의 1백6m짜리 디젤엔진 추진 골프2급 미사일잠수함이 하와이 서북쪽 1천㎞ 떨어진 태평양에서 해중폭발,침몰했을 때였다.
이 잠수함은 당시 핵탄두 기뢰를 장착하고 었었기 때문에 국제적 관심을 끌었으나 침몰장소를 미국 정보당국만이 알고 있었고 침몰장소가 해저 5㎞에 달해 다른 나라가 알았다하더라도 인양은 엄두도 내지 못할 상황이었다.
넙치함대는 68년 구 소련 잠수함 탐사작전에서 소련 해군통신 난수표와 핵탄두장착 장거리미사일,핵탄두 장착 기뢰를 다수 인양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미 CIA가 해저첩보에 잠수함을 사용한 것은 기존 해상선박이 파도에 쉽게 흔들리고 위치가 쉽게 노출되는 단점이 있는 것과는 달리 잠수함은 물속에 있어 파도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위치도 쉽게 적발되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소련 잠수함 침몰사건 직후 이를 인양할 필요를 인정한 당시 리처든 닉슨 미 대통령은 글로머 익스플로러라는 다른 이름으로 넙치잠수함을 건조할 것을 명령했다.
이 비밀잠수함의 진상은 최근 소련 잠수한 파편 인양작업에 참가했던 넙치잠수함 기관장 존 크레이븐이 의회 청문회에서 이를 밝히면서 일반에 공개됐다.
냉전종식과 함께 이같은 첩보잠수함의 효용이 떨어지자 미국정부는 최근 이를 외국에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돈만 내면 어떤 나라도 이 「넙치」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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