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산책>마틴 스코세스 작,코미디의 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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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마틴 스코세스가 83년에 만든『코미디의 왕』(서진통상)은 자기능력이 뛰어나다는 확신에 사로잡힌 한 사나이가 우여곡절 끝에대중의 영웅이 되는 과정을 그린 블랙 코미디다.
건달인 루퍼트 펍킨(로버트 드 니로)은 자신이 대단한 재능을가진 코미디언이라고 믿고 있는 사나이다.
마릴린 먼로.험프리 보가트등의 실물사이즈 사진이 걸려있는 지하실 방에서 연습에 몰두하는 그의 꿈은 유명한 토크 쇼 사회자인 제리 랭포드(제리 루이스)의 쇼에 출연해「코미디의 왕」이 되는 것이다.
우연히 랭포드와 인사를 나누게된 펍킨은 자신의 능력을 테스트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그는 바쁘다는 이유로 만나주지도 않고 비서를 보내 퇴짜를 놓는다.
펍킨은 결국 최후의 방법을 쓰기로 하고 역시 랭포드의 광적인팬인 마샤(사라 베른하르트)와 함께 그를 납치한다.그는 방송국에 협박전화를 걸어 쇼에 출연시켜주면 랭포드를 풀어주겠다고 제안한다. 감독인 스코세스의 관심은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흥미롭게들춰내는데 있지않다.그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주관적 평가를 외부세계에까지 그대로 확장시키는 한 고독한사나이의 내면이다.
「왜 나의 재능을 사람들은 몰라주는가」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점에서 펍킨은 편집광적 인물이다.그러나 정작 더 황당한 것은 그의 광적인 행동을 세상사람들이 용기있는 행동으로 칭송하는 대목이다.
펍킨이 TV에서 자신이 랭포드를 납치했다고 고백하고 감옥에 끌려가자 그는 졸지에 대중적인 영웅이 된다.
『멍청이로 일생을 보내기 보다 하루라도 왕으로 살겠다』는 그의 말은 인구에 회자하는 명언이 되고 그의 자서전은 날개돋친듯팔린다. 미디어사회의 맹점을 날카롭게 파헤친 이 결말은 주관과객관의 구분이 흔들리는 현상이 순전히 개인적인 문제만은 아니라는 작가의 안목을 드러내준다.
주연을 맡은 드 니로의 명연기도 돋보인다.
〈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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