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도 “무기전용” 걱정/동경신문이 본 「인도중단」의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북 군사전문가 상담때 관여해 의혹 증폭
러시아의 대북한 잠수함 판매를 특종보도한 일본 동경신문은 문제의 잠수함이 있는 블라디보스토크 노비크항에 특파원을 파견,관계자 증언 등을 통해 이 잠수함이 고철덩이에 불과한지 어떤지에 대해 심층취재했다. 다음은 그 내용.
러시아 태평양함대 사령부 군사재산수출부장인 랴잔체프 대좌는 이번 대북한 잠수함 수출계약을 한 장본인이다. 그는 동경신문 특파원과의 인터뷰 도중 어딘가에서 걸려온 전화에 대고 『북한에 대한 잠수함 인도는 일시중지』라고 대답했다. 러시아와 북한의 계약서에 매매가 결정된 잠수함은 「골프1」급 1척,「골프2」급 1척,「폭스트로트」급 10척 등 모두 12척으로 디젤 추진형이다. 골프급은 탄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으나 폭스트로트급은 어뢰만 장착할 수 있는 공격함이다. 이들 잠수함은 모두 50∼60년대에 건조됐다.
랴잔체프 대좌는 『이들은 폐기함으로 러시아가 책임지고 완전해체를 감시한다』며 북한의 군사용으로의 전용을 부인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머지 잠수함의 인도를 일시중지한 것은 러시아 당국도 북한이 잠수함으로 재생하거나 일부 부품을 군사용으로 이용할 것이라는 의혹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때문인 것 같다. 러시아로부터 잠수함이 외국에 판매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러시아는 냉전후 군축·장비현대화에 의해 대량의 잠수함을 폐기처분했다.
고르바초프시대때 독립채산제라는 물결에 휩쓸려 89년부터 폐기잠수함이 외화벌이 수단으로 매각되기 시작했다.
북한과의 매매계약에 따르면 『이들 잠수함은 고철로만 쓰는 것을 목적으로 팔 수 있다. 구입자는 해체했다는 증명을 러시아에 제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되어있다. 계약당사자인 일본 도엔(동원) 상사는 『이 비즈니스는 북한에서 잠수함이 해체된다는 것을 조건으로 성립됐다고 해도 좋다』고 밝혔다. 이 회사에 따르면 전부터 거래가 있던 「봉대상」이라는 북한 상사가 러시아와 직접 상담을 했으나 대금지불에 대한 신용 때문에 거래가 안되는 바람에 동원상사가 계약대리역할을 하게 됐다는 것.
그러면 북한의 무기전용의혹은 완전히 사라진 것인가. 일본 군사전문가는 북한이 러시아의 노후잠수함을 복원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잠수함은 매일 정비·점검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스크류·키 등에 녹이 슬어 곧 쓸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북한은 현재 중국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이미 25척의 「로메오」급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이번 잠수함과 형이 달라 부품 활용도 어렵다. 그러나 잠수함 수출상담이 진행될 때인 지난해 9월 북한 해군 고위당국자가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러시아 잠수함 상태를 시찰했다. 고철로만 이용할 것이라면 북한이 무엇때문에 잠수함상태를 자세히 살펴봤는지 모르겠다며 의혹을 제기하는 러시아군 관계자도 있다. 또 매매계약에 이 북한의 고위당국자가 직접 관계했다는 사실도 무기전용 의혹을 완전히 불식할 수 없게 한다.<동경=이석구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