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계파간 세불리기 “열전”/당권겨냥 문단속­영입 박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확실히 줄서라” 이중계보 불용/동교동계/“지금 안오면 후회” 은근히 압력/통일산하회/비주류선 “일단 덩치키우자” 부지런히 각종 모임
조기 전당대회 개최가 공론화되고 있는 민주당에 각 계파들의 세확산을 위한 「줄세우기」가 한창이다. 개혁모임이 얼마전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한데 이어 김상현 상임고문은 오는 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조기 전당대회의 당권경쟁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이기택대표도 굳이 이를 피하지 않는다는 자세여서 임시국회가 끝난 뒤인 3월초부터 민주당은 전당대회 논의로 술렁일 것 같다.
하지만 사전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작년말부터 경쟁
각 계파들은 지난해말부터 계보의원·원외지구당·대의원의 단속,세불리기에 은밀히 열을 올려왔다.
또 최근에는 여러 계파에 속한 의원들의 이중계보를 금지하는 「줄세우기」와 합종연형을 통한 세확대 논의도 활발히 일고 있다. 당권 도전의사를 공개적으로 내놓고 뛰는 사람은 이 대표와 김 상임고문이며,김원기 최고위원도 대표자리를 향해 차근차근 준비중이고 정대철 상임고문과 이부영 최고위원도 대표출마를 위한 사전작업에 분주하다. 거기다 당권경쟁을 지켜보는 입장인 동교동계의 변화도 심상치 않다.
최근의 주목할만한 움직임은 최대계파인 동교동계의 내외문제연구회.
김대중 전 대표를 따르던 범동교동계 모임인 이 연구회는 소속의원만 45명으로 지난해말 이사장단·회장단 연석회의에서 회원들의 이중계보를 금지하도록 하는 강경한 방침을 세웠다. 회원이면서 타계파에도 적을 두고 있는 사람은 둘중 하나를 택하고 새로 가입하고자 하는 인사들은 이전계보를 버려야만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줄을 서려면 확실히 서라」는 양자택일의 통첩인 것이다. 또 2월초에는 정기이사회를 갖고 시·도지부 결성 3월중 완료,1백30여명인 이사진의 3백명 이상으로 확대를 결의할 계획이다.
당권경쟁의 와중에 흔들리지 않고 똘똘 뭉쳐 종래의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주도권 유지의도
전당대회의 당권·97 대권도전을 선언한 이 대표 역시 사조직인 통일산하회를 통해 세력을 규합하고 있다.
동교동계나 다른 계파들과 중첩되는 의원까지 치면 내외문제연구회에 버금가는 31명의 의원들을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결성초부터 세불기리에 주력해온 통일산하회의 요즘 활동은 잠행이다. 지난해말에 들어서 세확산에 임하는 자세를 완전히 바꿨기 때문이다. 미가입자들에게 좀 들어오는게 어떠냐고 권유하던 방식을 「안들어오면 말고…」식의 뻣뻣한 태도로 바꾼 것이다. 지금 줄을 안서면 늦는다는 무언의 압력이기도 하다.
얼마전에는 개혁모임 소속이던 이규택의원이 개혁모임에 탈퇴서를 내고 통일산하회로 옮긴 일도 있었다.
이 대표도 자기계보 챙기는데 무엇보다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집에는 원외위원장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반면 이 두 세력에 비해 세불리기를 느끼는 비주류·개혁모임측은 다각도로 합종연형을 모색중이다.
○연합전선 노려
김 고문측은 일단 덩치를 키워보려는 생각으로 부지런히 뛰고 있다. 정 고문·개혁모임을 포함한 신비주류연합의 발상을 실현하기 위해 각종 모임을 갖고 있는 것이다. 김 고문은 7일의 간담회에서 연합실현의 「복안」을 내고 관망세인 타계파를 끌어들여 반KT(이기택대표) 연합전선의 구축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김원기 최고위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힘을 발휘한 「맨투맨」 방식으로 대인접촉을 꾸준히 갖고 있다. 김 고문의 반KT 연합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결심단계는 아니다.
정대철고문과 이부영 최고위원도 기회를 엿보고 20명씩의 소규모 모임을 계속하면서 나름의 갈 길을 찾고 있다.<박영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