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동 땅 수사 계속 비난하면 실제 소유자 밝혀낼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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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5일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 후보의 차명 보유 의혹이 일고 있는 서울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을 확인하는 수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와 김경수 대검 홍보기획관은 이날 발표문을 내고 "실체 규명의 핵심 인사인 두 이씨 등이 즉시 검찰에 출석해 진실 규명에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검찰도 신속히 이들을 조사해 이들이 자금을 관리하게 된 경위, 도곡동 땅의 자금을 어떻게 관리해 왔는지, 자금 소유자의 승낙 없이도 현금을 인출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수사해 부동산의 실제 소유자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발표문 작성과 발표는 정상명 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의 결정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 홍보기획관은 "정 총장에게 보고됐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도곡동 땅은 이상은씨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발표문에 언급된 두 이씨는 이병모(40).이영배(52)씨로 논란의 대상인 도곡동 땅의 매각 대금을 관리해 온 인물이다. 이병모씨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이미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추가 조사에도 응하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검찰 수사가 실제로 재개될 가능성도 크다. 검찰은 13일 이 후보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도곡동 땅 지분 중 이상은씨 명의의 지분은 이씨의 것이 아니라 제3자의 차명재산으로 보인다"며 "주요 참고인들이 조사에 응하지 않아 제3자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에선 이 부분에 대한 추가 수사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발표문에서 "지금까지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 측면에서 지난 발표(13일) 내용 외에 더 이상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았다"며 "그러나 (자금관리인으로 보고 있는) 이씨 등이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서 수사 결과에 대한 비난을 계속한다면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사건 당사자의 동의를 얻는 방법으로 지금까지의 조사 내용과 관련자 진술을 소상히 공개할 용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제3자의 땅'이라고 판단한 근거를 공개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또 "정치권이 수사 결과 발표 시점이 매우 부적절했고 그 내용도 특정 후보에 대한 의혹을 부풀리기 위한 것으로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주장하며 검찰이 공작정치의 총대를 멨다고 비난한 것은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한 것으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 차장검사는 "현금으로 인출된 이상은씨 돈 가운데 2억5000만원은 이씨가 일본에 있을 때 15차례에 걸쳐 인출됐는데 자금 관리인들이 누구의 연락을 받아 돈을 뽑았고, 누구에게 줬는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들의 출석 불응으로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박 측 엇갈린 대응=이 후보 측 박형준 대변인은 "검찰은 증거와 법률로 정도를 가면 된다"며 "이 후보는 도곡동 땅과 전혀 관계가 없으니 검찰이 공개할 것이 있으면 공개하라"고 말했다. 캠프의 다른 관계자는 "(검찰이) 어제는 도곡동 땅이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성 발언을 하더니 이제는 (이 후보 측을) 협박하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은씨의 법률 대리인인 김용철 변호사는 "이병모씨는 이미 두 차례 강도 높은 조사를 받는 등 성실히 조사에 임했다"며 "검찰이 적절한 절차를 밟아 출두를 요구하면 응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박 후보 측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김재원 대변인은 "도곡동 땅이 이 후보의 것이란 사실을 검찰이 완벽하게 파악한 것으로 안다"며 "공공의 이익이 큰 사안인 만큼 즉각 실체를 밝히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뒤에 수사 결과를 공표하려고 계획하고 있다면 그야말로 정권 연장을 위한 공작이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상언.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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