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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아 방치하는 출산장려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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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전체 신생아의 4~8%는 미숙아로 태어난다. 결코 적지 않은 비율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재태 기간 37주 미만에 태어난 아기를 ‘미숙아’ 혹은 ‘조산아’로 정의하고 있다. 다행히 국내 의료 수준이 발달해 이제는 1000g이 채 넘지 않는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도 상당수 살릴 수 있다. 출산율 1.13명(2006년 통계청 기준)의 저출산 시대에, 전체 신생아의 4~8%에 달하는 미숙아를 제대로 살려내는 것만큼 효과적인 인구 증가 정책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인구 증가를 위한 대부분의 출산 장려 정책은 임신과 출산 자체에만 치중돼 있다. 이미 세상에 태어난 미숙아를 건강하게 키우려는 정책적 배려는 아직도 크게 부족하다.

미숙아는 대부분 인큐베이터(인공 보육기)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첫 삶을 시작한다. 그만큼 의료진의 집중 치료와 의료 장비·전문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신생아 전문 병원들은 대부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현실적인 보험수가 때문이다. 미숙아를 많이 치료할수록 적자 규모는 더 커진다. 현재 책정돼 있는 종합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 1일 입원 비용은 10만원 정도다. 이 금액으로는 신생아 중환자실 운영은커녕 인건비 충당도 어렵다. 당연히 병원에서는 미숙아 치료 시설 신·증설에 대해 회의적이고, 미숙아 치료 기회는 점점 줄 수밖에 없다.

미숙아는 면역력이 약해 사소한 바이러스 감염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RS 바이러스’는 1세 이하 아이들의 감염 사망률이 독감(인플루엔자) 사망률보다 1.3~2.5배 높을 정도로 미숙아에게는 위험하다. 예방을 위해선 주기적으로 예방 항체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보험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미숙아는 입원해 있을 경우 환자 부담금이 없지만, 퇴원 후 외래에서 주사를 맞으면 성인과 같이 보험가격의 50%를 내야 한다. 퇴원 후 가정에서는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큰데, 보험 정책은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실정이다. 각종 치료 비용으로 미숙아 부모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미숙아의 경우 환자 부담금을 낮추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장진근 한전의료재단 한일병원 소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