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진정책 왜 나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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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실명제이후 실물 바탕없이 “과열”/「농업과 위화감」 막기 고육책 시각도
이번 증시진정책을 경제전반의 상황과 함게 견주어보면 서로 짝이 맞지 않은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아직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는데도 증시는 당국의 진단대로 저 혼자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경제전반의 상황이 아직도 불투명한 가운데 호황 때나 쓰는 줄 알았던 「증시진정책」이 나왔다.
또 경제 각 부문의 「자율성」이 강조되는 「대세」와 당국의 의지에 의한 증시진정책도 서로 맞지 않는다.
이런 부조화는 근본적으로 지난해 단행된 실명제가 필연적으로 이끌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실명제는 처음부터 돈이 증시에 몰리도록 구상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실명제이후 풍성하게 풀어댔던 돈들이 당국의 의도대로 증시 밖에는 갈 곳이 없어 실물경제와 크게 동떨어진 주가상승을 기관들이 주도하게끔 장세가 펼쳐졌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우루과이라운드(UR) 등으로 세금이 더 얹히고 농업부문은 걱정이 태산인데 증시만 호황을 보인다는 것이 「위화감」을 자극하지 않느냐는 「비경제적」인 판단도 일부 작용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따라서 현재의 시장상황에 대처하는 정부의 입장은 매우 곤혹스러운 지경에 빠져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이번 진정책은 타당성과 실효성 양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이같은 진정책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최근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지난 89년 12·12 증시부양책 실시당시의 수준(8백79.46)을 간신히 넘어선 정도일 뿐이다.
특히 이번 조치로 주가가 만약 다시 가라앉는다면 이번에는 부양책을 써야한다는 목소리에 정부는 할 말이 없게 된다.
또한 이같은 조치로 주가가 과연 안정되겠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주제는 장세조절용은 되지만 꼭 주가를 안정시키는 쪽으로만 작용한다고 볼 수 없고 기관들이 증거금을 내는 것도 주문후 3일뒤에는 내야하는 대금중 일부를 앞당겨 내는 정도일 뿐이기 때문이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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