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바람 부는 유통업계,창고매장으로 고객 파고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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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유통업계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고급 백화점과 재래시장으로만 양분돼 있던 유통시장에 CVS(편의점).GMS(양판점)와 함께 최근 디스카운트스토어.하이퍼마킷등 낯선 이름의 업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유통업계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과거의 업체간 평면적 경쟁에서이제 다양한 업태를 동원한 입체 경쟁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말하고있다. 이같은 흐름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 오는 96년으로 예정된 전면적인 유통시장 개방이다.
일요일인 지난 9일 서울의 외곽지역인 창동에 위치한 신세계의디스카운트스토어 「이마트」에는 자가용들이 주차장 앞에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1주일치 식품과 생활용품을 사기 위해 들렀는데 가격이 정말싸네요.』 경기도 광명市에서 차를 몰고 왔다는 주부 李銀淑씨(32)의 말이다.
일종의 대형 할인점으로 현재 미국의 전체 소매업태중 매출 비중이 가장 많은 20%를 차지하는 디스카운트스토어는 지난해 11월 신세계가 국내에서 첫선을 보였다.
여기에는 백화점과 달리 판매사원이 거의 없으며 넓은 매장에 상품이 박스째 진열돼 있다.손님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제품을고른 뒤 계산대에 줄지어 서서 계산만 하고 별도의 포장없이 자신이 직접 가져간다.
『철저한 셀프 서비스로 운용됩니다.자연히 제품 가격은 판매관리비를 줄인만큼 시중가격보다 20~30%정도 쌉니다.』 「이마트」 店長인 鄭午默씨의 설명이다.
지난달 29일 대형 유통회사인 프랑스 카르푸르그룹은 子회사 네덜란드 BV社를 통해 재무부로부터 자본금 4백80억원의 1백% 투자법인을 국내에 설립키로 인가받아 업계를 긴장시킨 일이 있다. 이들이 앞으로 추진하겠다는 하이퍼마킷도 바로 유럽형「디스카운트스토어」다.
신세계백화점이 미국의 프라이스/코스코社와 기술제휴해 신업태 2호로 연내에 설립한다는 회원제 창고형 도소매업도 국내에서는 생소한 유통업태다.
이 업태는 대량구매자인 식당.부녀회.구판장등을 회원으로 두고서울 근교에 대형 창고매장을 확보해 박스단위의 판매 방식을 취할 방침이다.
이밖에 80년대 후반 등장한 CVS도 유통시장에 변수를 예고하는 신업태중 하나다.
편의점은 지난해말 이미 전국적으로 2천개를 돌파했으나 대기업들이 속속 참여,계속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있다.
현재 LG25.훼미리마트.미니스톱등 8대 업체가 주도하고 있는 편의점업계에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12월26일「롯데마트」 1호점을 서울 사당동에 개설하면서 새로 진출했고 現代백화점.第一製糖.眞露등도 진출을 준비중이다.
롯데백화점 CV S사업팀 金志溫차장은『편의점은 주 소비층이 10대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잠재 구매력이 뛰어난데다 선진국의 경우 1인당 GNP가 1만달러가 되는 시점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며 『지금은 비록 채산성 문제가 거론되지만 장기적인 전망은 매우 밝다』고 말했다.
유통시장 개방으로 현대화된 업태가 속속 진출해 영세 슈퍼마킷들이 경쟁력을 잃게되면 편의점이 구멍가게를 대체하는 시대가 온다는 이야기다.
한편 이같은 신업태 출현은 제품의 「一物一價개념」을 뒤바꿔 놓아 앞으로 소비형태의 변화도 수반할 전망이다.
『제조업이 유통을 지배하는 구조 속에서는 제품가격이 전국 어디에서나 같을 수밖에 없습니다.그러나 유통업체가 중심이 돼 판매방법이나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가격을 달리하는 업태가 생겨나면 결국 소비자들이 가격과 서비스 선택의 주도권을 쥐게 됩니다.』 신세계백화점 李東勳상무는 신업태의 확산이 판매가격 구조의자율화를 가져온다고 말하고 있다.
또 디스카운트스토어같은 도매형 소매업의 발달은 1일쇼핑 외에1주일 단위의 계획구매가 자리잡을 수 있는 여지도 생겨난다.
결국 다양한 업태가 발전하는 新流通은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도뒤따라야 성공할 수 있다.
양판점은 백화점과 재래시장의 중간형태로 백화점보다 서비스 질은 낮은 대신 가격이 다소 싼 중저가제품을 취급하는 업태다.
***편의점.양판점도 변수 그러나 국내에선 83년 한양유통이처음 양판점을 선보인 이래 백화점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외면하고고급 브랜드 중심의 소비구조 때문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신업태 등장과 함께 재래시장을 사수하기 위한 영세 슈퍼마킷들의 변신도 최근 업계의 빼놓을 수 없는 변화중 하나다.서울 방배동의 에이원마트는 편의점과 슈퍼마킷을 복합시킨「한국형 슈퍼마킷」으로 불린다.
에이원마트는 매장 진열과 시설은 현대식 편의점으로,단골고객 관리등 운영은 슈퍼마킷 방식을 택해 하루 5백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주인 趙炳植씨는『투자를 무서워하지 않고 슈퍼마킷 특유의 고객관리에만 힘쓰면 개방시대에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구멍가게의 현대화를 역설했다.
〈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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