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쏠리는 은행 내달인사/“능력이냐” “줄대기냐”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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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임기 끝나는 임원 백23명/제일은 9명 “최다”… 지방행장 한두명 바뀔듯
새 정부 들어 첫 은행주총을 앞두고 「문민식 금융 개각」은 과연 어떻게 판이 짜일까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의 「관치식 금융개각」이 「줄대기」의 대명사처럼 불려지던 잡음의 온상이었으므로 새 정부 아래서의 은행 인사가 과연 얼마나 「환골탈태」 한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여기다 내달 중순의 은행 주총에서 임기가 차는 임원수는 총 1백23명으로 예년(60∼70명)의 두배 가까워 관심의 폭을 더 키우고 있다.
그러나 주총에서 확실한 인사권을 행사할 은행의 주인이 여전히 없는 상태이므로 문민식이나 관치식이나 다를바가 없을 것이며 오히려 「확실한 주권」의 공백상태를 인사의 난맥상을 더 키울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인사와 관련해 어찌 보면 「선의의 필요한 충고」도 눈치가 보여 하기 어려운게 요즘 분위기』라고 말했다. 자칫 「인사청탁」으로 비쳐져 사정의 대상이 될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그저 입을 다물과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최근의 몇몇 금융계 「변방」인사를 두고도 「누구의 대학동기」니 하는 소리가 나왔던 것을 보면 어디선가 「추천」이 활발하기는 한 모양이라고 이죽거리는 사람들도 있다. 또 「자율인사」의 과정이 비뚤어질 방향으로 굳어진 경우 끼리끼리 돌아가며 한자리씩 맡는 부작용이 나타날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 반면,은행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능력이 떨어지는」 임원이 오래 자리를 지키거나 승진하기가 그전 같지 않으리란 분석도 있다.
국책은행은 지난해 재산공개와 사정의 뒤끝에서 당장 물러나게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올해까지 그대로 두기는 곤란한 자리가 이번에 솎아내는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계 일각에선 일부 특정지역이나 정치권과 줄을 대고 있는 인물이 득세하는 경우가 나타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여전히 씻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 중에서도 특히 임기만료 임원이 많은 제일은행(행장·전무·감사 등 9명)과 한일은행(두전무와 감사 등 7명)이 주목받고 있다.
시중 은행장으론 정지태(상업)·이철수(제일)·나응찬(신한)·윤병철(하나)·김동재(보람)씨 등 5명의 임기가 끝난다.
지방은행의 경우 충청·경기·경남·충북은행장의 임기가 끝나는데 이중 한두명 정도 바뀌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특수은행의 경우 회장·부회장과 이사들의 임기가 끝나는 농협·수협이 관심거리며 금융관련 기관에선 정호용의원의 처남으로 6년째 금융연수원장으로 있는 김성환씨의 거취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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