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 중앙문예 시부문 당선작-김민희,폴리그래프2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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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눈부신 팔월 아침 눈이 오지 않는다 오지 않는 물고기떼가 뚫는가 공중의 저 연한 구멍들 말할 수 없는 것들 가령 물고기에대해 생각해서는 안된다 K는 침묵을 촬영하기 시작한다 하늘에는새가 없다 네 눈 속에는 물고기가 없고 성큼성 큼 다가온 팔월의 아침 추운 K가,그리운 K는 얼굴을 눈 속에 파묻지도 못한다 느릿느릿한 창문 속으로 수많은 여름이 흘러 간다 공포는 물고기처럼 조용하다 사진 찍은 현실은 아름답다 疲勞하기 때문이다곧 삼십세가 닥쳐 오리라 이어,말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그런 행복한 아침 떨리는 첫눈이 와 준다면 K가 그 뒤를 달려간다 설경 속으로 들어가는 K를 깨끗한 지평선을 K는 뒤에서 오래도록 바라본다 이 無는 현실적이다 공포는 더 아름답다 함박눈 내 린다 가짜 물고기로 유리창이 두꺼워진다이제 K는,아침에 더 이상 일어날 수가 없다 더 이상 그림자처럼 마른 물고기라고 말하지 않겠다 눈 덮인 숲에서 숲으로 새들은 점점 텅 비는 것을,K는 본다,그처럼 수많은 여름이 지난후물고기떼 가 떠내려 갔으리 창문들은 빨리 늙는다 밤새도록 네가들려준 이야기마다 고요한 지느러미를 달아 주는 아침 *비트겐슈타인의『논리철학적 논고』에서의 기본명제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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