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팅열전>직영 시범업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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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달전 本欄에서「안테나 상점」이라는 메이커의 직영점에 관해 언급한 바도 있었지만 직영점 가운데는 이와 정반대의 기능을 가진 이른바「시범업소」라는 것도 있다.
「안테나상점」이 소비자들의 유행이나 기호변화등을「안테나」처럼신속하게 파악,시장변화에 앞서가기 위한 것이라면「시범업소」는 새로운 형태의 소비문화공간을 시범적으로 개발,이를「레이다」처럼대리점.체인점으로 확산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물론 목적은 시범업소나 대리점의 운영수익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수요를 개척함으로써 자사제품의 판매를 늘리자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동양맥주가 70년대부터 끊임없이 펼쳐온 시범업소 전략.70년대초 동양맥주는 젊은층을 대상으로 생맥주판매를 하고자 서울 명동에「OB's 캐빈」이라는 최초의 직영점을 개설했는데 이는 당시 일기 시작한 청바지.통기타문화와 어울려 생맥주를 국내에 정착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후 81년 당시의 경기불황추세에 맞춰 간단한 땅콩.김안주를곁들여 큰부담없이 서서 마실수 있도록 한「OB베어」라는 새로운형태의 시범업소를 북창동에 개설했고 이후 체인점 신청이 쇄도하며 전체 맥주시장에서 생맥주의 시장점유율이 1 0%에 달하기까지 했다.그러나 유행이 시들해지고 경쟁업체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자 동양맥주측은 83년「OB광장」이라는 보다 넓은 직영점을 무교동에 개설했고 이어 86년에는 마침내 생맥주의 대명사처럼 돼버린「OB호프」를 탄생시켰다.
10월마다 뮌헨에서 열리는 독일의 생맥주축제광경을 담은 대형사진과 족발등 독일식 안주,독일식 실내장식을 곁들여 대학로에 개설된 직영점은 젊은이들간에 새로운 음주문화를 창출해냈고 아울러 생맥주시장을 완전 석권하게 해줬다.현재는 20 대만을 위한「뉴시티」,푸짐한 안주로 식사를 대신토록 한「OB스타디움」,병맥주의 소비까지 늘리기 위한「OB 1번지」「OB라운지」까지 등장했다. 오늘날의 업계는『유행한다더라』는 물론『유행할 것같다』조차도『유행을 만들어낸다』에 밀려버리고 마는 시대다.
〈李孝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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