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씨 사기 알고도 수사요청 안해/갈수록 알수없는 관련자들의 일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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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담당군무원 독촉공문 세차례 파기/계약업체 서류 변조해 FEC사로
포탄수입 사기사건 수사가 2주일째 진행되며 그 윤곽이 일부 드러나고 있으나 핵심쟁점은 아직도 베일을 벗지 않고 있다.
특히 군수본부 군무원 이명구씨의 사건 은폐시도에서부터 상급자의 대응에 이르기까지 사건 관련자들의 업무처리에 납득할 수 없는 많은 미스터리가 도사리고 있어 의문을 키우고 있다.
그동안 국방부·군수본부 관계자의 업무처리를 중심으로 풀리지 않는 의문점을 정리한다.
◇독촉문서 왜 파기했나=육군 군수사가 8회에 걸쳐 독촉한 공문 가운데 91년 11월·92년 2월·92년 7월의 3개 문서를 담당 군무원 이명구씨가 파기했다.
이씨는 『91년 5월 대금을 지급한 90㎜ 포탄이 도착될 것으로 믿고 있던 가운데 92년 7월 미 군수사령부로 유학 결정이 난뒤 포탄 도착지연 사실이 발각날 것이 두려워 92년 8월 문서를 파기했다』고 진술했고 10월 유학을 떠나면서 후임 양영화씨에게도 이 사안을 일절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일일 결산·주간회의·월간 결산 등을 통해 업무를 감독하고 있는 상급자들이 이 문제를 전혀 몰랐고,이씨 또한 광진교역 대표 주광용씨가 사기범인 것을 알게 된 92년 12월말 이후 올 11월까지 계속해서 주씨에게 포탄 선적 독촉 공문을 보낸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기상 계약변경=88년 11월24일 군수본부와 미 PCT사 사이에 90㎜ 포탄수입계약이 체결됐으나 90년 11월2일 FEC사로 변경됐다.
계약업체 변경 때에는 반드시 신규계약에 준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나 군무원 이씨는 이를 무시하고 주씨의 부탁에 따라 PCT사 계약서류를 변조해 FEC사로 바꿨다.
계약업체 변경이 이같이 허술하게 처리될 수 있는지,상급자들은 과연 이를 몰랐는지,이 과정에서 뇌물수수는 없었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출국금지 요청 반려=군무원 이씨는 올 8월16일 주씨에 대해 출국금지조치를 요청했으나 군수본부 법무실은 이를 반려했을 뿐만 아니라 아무런 후속조치도 취하지 않고 방치했다.
군수본부 법무실 담당검찰관은 『당시 이 사건이 외화사건이라는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범죄사실의 적시도 없이 주민등록번호와 이름만을 가지고 출국금지를 요청해와 서류보완을 지시했었다』며 『고의적인 은폐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군수본부엔 이미 사기사건이 내부적으로 문제화돼 있었기 때문에 검찰관의 이같은 설명은 이해가 안된다. 주씨의 해외도피를 막았다면 사건전모는 빨리 드러날 수 있었다.
◇사기인지후 계속된 연락=주씨는 92년초부터 올 6월말까지 모두 열차례에 걸쳐 90㎜ 포탄,올 6월부터 11월까지 열두차례에 걸쳐 1백5㎜·1백55㎜ 포탄과 관련해 군수본부와 연락을 주고 받았다. 주씨가 사기범이라는 사실을 알고난 뒤에 즉각 수사요청을 하지 않고 포탄 독촉 연락만을 한 것은 누구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선 국고환수 지시=7월28일 국방부 박정근 법무관리관이 권영해 전 국방장관에게 보고했을 때와 8월6일 이수익 군수본부장이 권 전 장관과 이수휴 전 차관에게 이 사건을 보고했을 때 이들은 모두 국고환수만 강조됐다.
그러나 처음부터 수사보다 국고환수에 중점을 두었다는 것은 달리보면 국고환수만 되면 이 사기사건 자체를 덮을 의도를 가졌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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