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수수 「공모」 밝혀낼까/합수부 설치로 활기띠는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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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도피한 주·후앙 추적에 수사집중/권 전 장관·기무사까지 조사할듯
포탄수입 사기사건 수사가 군·검찰 합동수사부 본격 가동으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10·26 사건때 구성된 이후 처음으로 이번에 정부가 이례적으로 합동수사부를 설치,진상규명 의지를 분명히 밝힌 만큼 그동안 군검찰이 5개월이 지나도록 이렇다할 성과없이 의혹만 증폭시킨 사건수사에 상당한 진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군검찰은 전·현직 군수본부장 5명을 비롯,중간 간부·담당실무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은행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참고인 조사를 벌였지만 아직 사건의 윤곽을 제대로 그리지 못했고,검찰도 은행 및 광진교역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로 주광용씨와 후앙씨의 공모가능성이 크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특히 군검찰은 군수본부 윤삼성 전 외자처장,도종일 전 외자2과장,군무원 이명구씨를 직무유기 혐의로 구속하고 홍걸희 전 외자국장을 이 사건과 관련없는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한 것이 전부여서 「사기부분」에 대한 수사성과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은행의 과실이나 책임소재도 아직 가려지지 않고 있다.
요컨대 이 사건이 국방부장관 경질의 결정적 계기가 되고 정치권과 국방부가 들썩거리는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의 수사는 「태산을 들쑤셔 쥐 한마디 잡은 꼴」 밖에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합수부 설치는 이처럼 사건이 풀리지 않고 의혹만 증폭되는 상황을 타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앞으로 합수부가 풀어야할 문제는 첩첩산중이다.
우선 「사기」여부를 파악하는데 가장 급한 일은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광진교역 대표 주씨와 후앙씨를 검거하는 일이다.
군검찰은 주씨가 현재 미국에 숨어있을 것으로 보고 미국에 파견된 군수무관과 미국정부에 주씨 행정조사를 요청해놓은 상태다.
그러나 한미간에 최근 사법 공조조약이 체결됐음에도 미국에서 의회 동의를 기다리는 중이기 때문에 우리의 요청을 미국이 어떻게 수용해줄 것인지는 미지수다.
또 프랑스정부에 수사협조를 요청해놓고 있는 후앙씨에 대해서도 합수부는 인터폴에 수사를 의뢰할 생각을 하고 있으나 주씨와 후앙씨의 뚜렷한 사기혐의를 포착하기 전까지는 어려운 형편이라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주씨와 군수본부 실무자의 금품거래 등 연계부분을 가리는데 수사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군수본부 일부 실무자들이 금품을 받았다는 진술을 하고 있는 만큼 이를 포탄 사기사건의 뇌물로 밝혀내 「공모」 부분을 가리는 것이 사건수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중요하면서도 부담스러운 부분은 전·현직 군수본부장과 국방부장관 등 상급자 관련여부에 대한 수사다.
최근 경질된 권영해 전 국방장관을 포함해 군수본부장 이상의 고위층이 이번 사건을 미리 알았는지,알 수 있었는지,은폐하려 했는지 여부가 명확히 가려져야 하며 이를 위해 권영해 전 장관까지 소환해야 하고 권 장관의 정보채널인 기무사도 건드려야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정치적인 고려가 있을 수도 있으나 김영삼대통령이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한다』는 입장을 천명했고 이병태 신임 국방장관도 이를 되풀이해 강조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수사에 근본적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결국 구조적인 군수비리를 파헤쳐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합수부의 철저한 수사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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