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파고를넘는다>8.학사출신 농군 모종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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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남들이 외면하는 보리농사를 16년간 고집해 온 충남태안군안면읍중장리 牟鍾仁씨(39)는 UR파고에도 걱정이 없다.
간척지 논 65정보(19만5천여평)에 매년 보리를 심어 연간5천여가마를 생산,1억4천여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농사에 소요되는 인건비와 비료값등 3천여만원의 생산비를 제하고도 1억여원의 순소득을 올리는 牟씨는 웬만한 소규모기업가와 맞먹는 부농이다.
牟씨가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에서 보리재배를 시작한 것은 77년. 농정이 쌀농사에 치우쳐 농촌에서조차 외면받던 보리농사를 기계화하면서 고소득을 얻을수 있다는 타산이 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리는 다른 작물에 비해 병충해에 강할뿐만아니라 기계화가 쉽고 관리가 편리,인력난이 심각한 농촌에서 적은 인력으로대규모 재배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바닷물이 넘쳤던 간석지 토양에는 쌀보다 보리재배가 적합했다.
그러나 서울에서 대학을 갓 졸업한 미술학도가 남들이 떠나는 농촌에 돌아와 보리농사를 짓는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보리를 재배한다는 것은 당시로는 모험과 다름없었고 牟씨는 넒은들을 바라보며 걱정으로 밤잠을 설쳤다.
게다가 애써 보리를 재배했으나 염분피해와 파종불량등으로 첫해수확은 저조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牟씨의 본격적인 보리연구가 시작됐다.
우선 보리생산량이 늘어나려면 대규모 단지에 기계화된 집약농업이 필요하다고 판단,밭을 일구는 대형트랙터 3대와 보리를 말리는 건조기 5대,트럭1대(2.5t)를 구입했다.
유럽등의 선진영농을 직접 피부로 느끼기 위해 틈만 나면 프랑스.영국.스웨덴등에 나가 현지 영농방법과 작물관리방법을 배워오는등 노력을 계속했다.
그결과 좁은 땅에서 농사짓는 우리 농가들이 농업생산으로 고소득을 올리기 위해서는 인건비를 절감하고 우수한 작물을 생산해야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는 특히 보리수확 뒤에도 타작물의 후작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올해의 경우 보리수확후 황금콩을 심어 2천여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보통 보리의 파종기는 10월5~20일사이로 겨울을 지낸다음해 6월12~22일 사이에 수확되는데 파종후 수확까지 장마피해만 없으면 특별히 잔손질이 필요없어 다른 작물보다 농사짓기에 편리하다는게 이점.
수확된 보리는 모두 현지에서 농협수매가 이루어져 쌀처럼 추곡수매등 번잡한 절차도 덜수있어 그만큼 많은 농한기 시간을 가질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88년 대통령상(최다수확농)을 받는등 3~4개의 우수 영농가상을 받았다.
그는 충남도 전작전문위원으로 위촉돼 활동하고 있으며 올겨울 일본의 선진농업현장을 찾아볼 계획이다.
『학교때 전공이 미술이라 해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화폭에 담고싶지만 농삿일과 마을청년회일로 여유가 없다』며 밝게 웃는 牟씨의 모습에서 농촌의 앞날이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이 실감된다.
[泰安=金賢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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