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전쟁/망년회 취객 차도 난장판/한밤 중앙선까지 몰려 차잡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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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버스 정류장 뺏겨 길복판 정차/택시는 합승노려 인파속 곡예운전
망년회 철을 맞아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는 서울 종로·신촌·돈암동·신사로 등 서울시내 중심도로가 매일밤 택시를 잡기위해 차도로 뛰어드는 취객들로 무법천지로 변하고 있다.
특히 취객들이 한꺼번에 귀가전쟁을 치르는 밤 1시에서 새벽 1시 사이에는 길가쪽 한두개 차선은 아예 대형 주차장처럼 변해 택시와 버스가 도로 한가운데서 정차,승객을 승하차시키는 바람에 일대 교통소통이 안되기 일쑤다.
21일 오후 11시30분 유흥업소가 몰려있는 서울 성북구 돈암동 성신여대앞.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취객 1백여명의 택시잡기 행렬이 순식간에 왕복 7차선 도로중 1차선 2백여m를 차지하자 버스는 도로 한가운데서 승객을 내리기 시작했다.
자가용들도 승객들이 점거한 1차선을 주차장 삼아 주·정차했고 택시는 합승하려는 승객만 골라 태우기 위해 취객들 사이를 드나들며 곡예운전을 하고 있었다.
21일 밤 12시쯤 연세대 앞 신촌로터리.
술집·노래방 등에서 쏟아져 나온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젊은이들로 왕복 4차선 2백여m 도로가 꽉차 합승을 노리는 택시와 2백여명의 승객들이 서로 뒤엉켜 대형 주차장을 방불케했다.
좌석버스들은 차도에 내려선 승객들에게 정류장을 빼앗기고 또 한가운데서 승객을 내리고 태웠다. 택시들도 길가에 정차한채 합승손님이 찰때까지 기다리는 바람에 한밤중인데도 일대 교통은 거의 마비상태였다.
일부 택시기사는 날씨가 추운데다 취객들이 몰리자 「따블」 「다따블」을 외치는 승객들만 골라 태우는 모습도 보였다.
강남의 유흥업소 밀집지역은 신사동 사거리에서는 취객 2백∼4백여명이 2차선까지 진출해 있었고 택시가 그냥 통과하자 일부 취객들은 택시를 세우기 위해 아예 1차선에 주저앉아 있기도 했다.
3백여명이 길가 2개 차선을 점거한 종각∼종로2가 사이 2㎞구간 8차선 도로는 일부 취객들이 4개 차선을 넘어 중앙선에 선채 택시를 세워 혼란의 극치를 이루었다.
종로2가 관수파출소측은 『최근 망년회가 시작되면서 취객들이 너무 많이 몰려나와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며 『어쩔 수 없이 불법 도로점거와 차도 승·하차행위를 방관하고 있다』고 말했다.<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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