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협상」 연구가 없다/전문학자 드물고 대학강좌 1곳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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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무역분쟁등 효과적 대처 어려워/자료 공개않는 정부도 한몫
경제정책에서 통상협상의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는데도 이에대한 학문적 연구는 초보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통상협상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가 드물다보니 대학교에서 강의도 제대로 이뤄지지않고 학술서적도 나오지 않고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산업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들이 활발히 연구하고는 있으나 상당부분 정부정책과 관련된 것이어서 학술적 차원의 연구로 보기는 어렵다.
현재 통상협상을 정규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는 곳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한곳뿐이다.
지난 88년 「협상론」(이달곤교수)과 「통상정책」(최병선교수) 두과목이 석사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처음 개설된 것.
「협상론」은 통상·군축·노사 등 정치·경제·사회 등 각 분야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두 집단 사이의 협상을 다루면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도 판을 깨지않는 전략이나 기술을 주로 강의하고 있다.
또 「통상정책」은 협상실무와 함께 무역분쟁이 일어난 배경과 각국의 통상전략을 가르치고 있다. 학계의 연구활동이 부족한 것은 통상협상이 정치학·경제학·무역학·법학·행정학 등 여러 사회과학에 두루 걸쳐 있으면서도 어느 한곳에서도 그 분야의 주류를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상과 가장 관계가 깊은 무역학만 하더라도 국제경제이론 등 정통분야에 치중한채 통상협상에는 큰 관심을 두지않는 분위기다.
이와함께 통상협상과정의 자료들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태도도 학계의 연구를 어렵게 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국의 경우 법과·정치학과·경제학과에서 통상협상에 대한 연구와 강의가 활발하게 이뤄져 정부관리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우리와는 달리 처음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있다.
최 교수는 『최근 미국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젊은 학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통상문제를 전공했으면서도 국내대학에서 강좌가 개설되지 않아 애써 배운 지식을 사장시키고 있다』며 『통상문제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학계의 연구도 빨리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통상협상에 대한 출판계의 관심도 거의 백지상태다.
88년 김영사가 번역·출간한 『협상』과 지난 4월 십일월출판사가 번역해낸 『아내와도 협상하라』 등이 협상에 관한 거의 유일한 책이다.
그나마 이들도 협상자세·테이블매너 등 기술적인 문제에 초점을 둔채 통상협상을 정면으로 다루지는 않고있다. 판매량도 『협상』은 5년간 2만부,『아내와도 협상하라』는 6개월간 5천부에 불과했다.
출판기획 전문회사인 신원에이전시의 백은자씨(영미논픽션 담당)는 『외국에서는 통상협상에 관해 흥미있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으나 이를 번역·출간하려는 국내 출판사들은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남윤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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