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삼성전자 기흥공장 직원 박상중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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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반도체의 생명은 정밀도에있다.가능한한 적은 공간에 얼마나 많은 회로를 집어넣을 수 있느냐가 반도체의 용량.기술수준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기때문이다.
현재 D램 반도체부문에서 세계최고의 기술수준을 보이고 있는 삼성반도체가 반도체를 설계할때 사용하는 회로선 폭은 0.3㎛ 수준인데 이는 사람 머리카락 한가닥의 3백분의 1 굵기다.
이 정도의 정밀도를 가진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한 3대조건으로거론되는 것은 순수한 전기와 물,그리고 공기다.
단일공장으론 세계최대의 반도체 생산공장인 삼성전자 기흥공장의생산직 사원 朴商重씨(27)는 반도체 생산을 가능케하는 이같은요소중의 하나인 전기의 질을 지키는 파수꾼이다.韓電으로부터 공급받은 전기를 질좋은 전기로 바꾸는 整流작업을 하고, 생산설비를 움직이는 전기가 끊기거나 급격한 전압 차가 나지않도록 하는無停電전력공급시스팀(UPS)을 감시.점검하는 임무를 맡은 70여명가량의 전기팀의 일원인 것이다.
기흥공장의 경우 불빛의 깜박거림과 같은 순간적인 정전이 일어나도 생산공정에 미치는 피해는 수십억원에 이르며,정전시간이 30분을 넘게되면 생산공정상의 모든 웨이퍼가 손상을 입게돼 수백억원대를 넘는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 도체공장에서전기를 지키는 일을 맡은 朴씨의 중책은 미뤄 짐작할 만하다.
실제로 지난 5월9일 그는 전기공급의 주개폐기 점검중 회로일부가 과열상태인 것을 발견해 공장가동이 중단될뻔한 사태를 사전에 막은적이 있다.이 일로 그는 월례조회에서 3급제안상을 받았다. 회로선을 제때 갈아주지 않거나 불량품일 경우 등 정상이상의 높은 열이 발생해 끊어지는 수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이 일외에도 그는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가면서 크고 작은 제안을 가장 많이 해 지난달 열린 「사내 제안王 선발대회」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그가 올들어 한 제안건수는 4백2건이며 그중 3백건이 받아들여져 현재 시행되고 있다.이 회사 사원 한사람 평균 제안건수(20여건)의 20배가 넘는 제안을 혼자서 한 셈이며 하루 1건이상씩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는 얘기다.
『연초에 올해 생활목표를 제안王이 되는 것으로 정했어요.내가하는 일에 충실하려 노력하다보니 목표가 이뤄진 셈인데 무척 기쁩니다.』 全南고흥 출신으로 光州동일실업고 전자과를 졸업해 금성産電의 하청업체에서 2년가량 근무하다 이곳 기흥공장으로 자리를 옮긴지 이제 2년7개월.현재의 자리에서 하는 일에 신바람이나있다.『이렇게 고치면 일이 한결 쉬워지겠다.저렇게 바꾸 면 사고율이 훨씬 줄어들겠다』는 아이디어가 저절로떠오른다는 것이다. 『朴씨의 제안은 특허가 될만한 거창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작업현장에서나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쉽게 지나치는 사소한 불합리를 바로잡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있어요.』 전기팀의 업무를 분석,지원하는 일을 맡고있는 尹汝長씨(생산기술팀 합리화파트)는 자기일에 신바람이 나지않고서는 가질수없는 朴씨의 이같은 태도야말로 제안제도가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다부진 체격에 배짱있는 하사 관출신 소대장을 엮임한 까닭인지「깡중이」라는 별명이 붙은 朴씨는 제안서를 쓸만한불합리한 점을 찾아냈을때와 그내용을 제안서에 담을때면 늘 짜릿한 흥분마저 느낀단다.
〈鄭在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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