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부딪친 美.EC협상-佛,95년 대선의식 막판 버티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우루과이 라운드(UR)타결시한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美國과 유럽공동체(EC)의 협상이 프랑스의 강경자세로 인해 壁에 부딪치고 있다.
최종합의문을 발표할 것이 확실시됐던 6일의 재회동에서 양측은합의를 위한 막바지 절충을 시도,그동안 프랑스가 주장하며 타결을 가로막아왔던 농업부문에서는 거의 합의에 도달했다.그러나▲영화.TV프로그램등 문화상품의 예외인정▲다자간무역 기구(MTO)설치등을 요구하는 프랑스의 반발에 부닥쳐 6일 오전10시 시작된 회담이 EC 외무장관회담도 연기한채 14시간째 계속되고 있다. 최근들어 협상타결쪽으로 꼬리를 트는듯했던 프랑스가 다시 종전의 강경한 방침으로 재선회한 것은 국내사정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국익을 우선하겠다고 여러 차례에 걸쳐 천명해온 프랑스 우파정부는 UR타결로 가장 타격을 받게될 농민을 의식해야 할 입장이다.따라서 이번 협상에서 최대의 실익을 얻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증명해야 하며 외국, 특히 미국의 압력에 굴복 했다는 인상을 심어줘서는 안되는 처지다.
특히 95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있는 우파 정부는 이번 UR협상이 정치적 시험대가 되고있어 미국측으로부터 하나라도 더 양보를 얻어내야 하는 절박한 입장이다.
알랭 쥐페 프랑스외무장관은 6일 이같은 국내분위기를 반영,『현재로선 美-EC협상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선언,『지나친 낙관론이 지배하고 있다』고 경고한 에두아르 발라뒤르총리의 발언을확인시켜주고 있다.
발라뒤르총리는 이에앞서 5일 리언 브리튼 EC대외무역담당집행위원과 피터 서덜랜드 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사무총장과 차례로 면담한뒤 협상타결에 따라 프랑스가 치러야할 대가를 설명한 서한을 헬무트 콜 獨逸총리와 서덜랜드 총장에게 보냈다. 프랑스는 또 6일 오전에도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문화부문의 예외 인정등 GATT에 대한 프랑스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농업문제에 이어 문화상품을 중점적으로 시비삼고 있는 프랑스는UR를 위기상황까지 몰고감으로써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거나최소한 국민들에게 정부가 최선을 다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홍보용이란 배수진을 치고있다는 관측이다.
프랑스는 이같은 전략으로 농업부문에서 블레어 하우스협정을 일부 수정하는데 성공했다.미국은▲2백50만t에 해당하는 재고곡물에 대해 수출보조금 감축대상에서 제외하고▲수출보조금 감축기준 연도를 당초 1천7백만t이었던 86~89년에서 2천만 t의 수확을 거둔 91~92년으로 변경하며▲미국측이 유럽의 수출보조금정책에 의한 공동농업정책(CAP)을 문제삼지 않는다는 평화조항의 적용기간을 6년에서 8년으로 연장하는데 동의했다.
기준연도의 변경은 95년에 발효되는 이 협정으로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같은해 대통령선거에서 농민들의 반발을 줄이려는계산이 깔려있다.
그러나 세계4위의 무역대국이며 농업부문에서도 세계2위 수출국인 프랑스가 문화나 농업부문에서 잃게되는 약간의 손실때문에 전체 UR협상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브뤼셀=高大勳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