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델마와루이스-쫓기는 여성통해 남성지배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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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리들리 스콧감독은『델마와 루이스』에서 그의 장기인 뛰어난 영상감각으로 두여인의 도피를 인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졸지에 범죄자가 된 두여인이 경찰 추적을 받으면서 멕시코로 도피하는 과정은 감독의 절묘한 장면전환에 힘입어「남성지배사회 의 권위로부터 도피」라는 의미를 띠고 있다.그는 또 존 포드 서부극의 장쾌한 화면구성방식을 적절히 원용,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메시지를전한다. 델마(지나 데이비스)는 남편에 의존해 자기힘으로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여인이다.반면 델마의 고교동창생인 루이스는 독신생활을 즐기는 적극적인 여인이다.이 두사람은 어느 주말 함께 여행을 떠난다.대자연 속에서 멋진 휴가를 보내려 던 두 사람의 계획은 술집에서 만난 할란이란 사내가 델마에게 추근거리면서 어긋나기 시작한다.
할란이 술에 취한 델마를 주차장으로 데려가 폭행하려 하자 그를 루이스가 총으로 살해하면서 이들의 여행은 엉망으로 일그러진다. 이야기 전개의 중심축은 델마에게 있다.가정에 얽매여 있던그녀는 자신때문에 저질러진 살인사건에 어쩔줄 몰라한다.
하지만 그녀는 극한상황에서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게 된다.그녀가 슈퍼마킷에서 침착하게(?) 강도행각을 벌이는 대목은 실존적변신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자유의식에 눈뜨는 과정을 보여준다.그럼으로써 그녀는 친구 루이스의 어두운 과거에 대 해서도 공감하게 된다.
경찰의 포위망에 걸려든 두 여인이 그랜드캐니언에서 추락하는 비장한 장면은 영화의 라스트를 감동적으로 마무리하는데 손색이 없다.할리우드의 상업영화로서 진지한 주제를 이정도로 설득력있게그리기는 그리 쉽지않은 일이다.
〈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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