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사찰응하면 관계개선/한미 정상회담/「광범하고 철저한 해결」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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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외교노력 실패땐 안보리 회부/주말 대북접촉때 통보/미 정부
【워싱턴=진창욱·김현일특파원】 김영삼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23일 낮(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과 남북한 동시 핵사찰에 응할 경우 한미 양국은 북한에 이에 상응하는 광범위한 보상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관계기사 3,4,5면>
클린턴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과 핵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할 철저하고 광범위한 접근방식을 논의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히고 『그러나 남북대화가 열리지 않고 IAEA 안전조치의 지속성에 의혹이 커지는 한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철저하고 광범위한 접근방식」엔 미·북한 수교와 경제협력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미 양국의 그같은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유엔안보리에서 「다른 조치」를 강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데 양국 정상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정종욱 외교안보수석이 전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1시간50분간의 정상회담이 끝난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이 더이상 지체돼서는 안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히고 『이 문제의 최종적이고도 완전한 해결을 위해 철저하고 광범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한 미국의 확고부동한 방위공약을 강력히 재확인했다』면서 『북한 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주한미군의 감축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클린턴 대통령은 유엔안보리 회부와 관련,『우리 누구도 이 문제를 유엔으로 가져가 제재를 요청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북한이 남침한다면 그들은 실패할 것이고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대통령은 방미를 결산하는 수행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팀스피리트훈련에 대해선 한미 양국간에 긴밀히 협의키로 했지만 최종 결정은 한국정부가 하기로 클린턴 대통령과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8박9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24일 오전 워싱턴을 출발,앵커리지를 경유해 25일 오후 귀국한다.
【워싱턴=진창욱특파원】 백악관은 23일 미국정부가 이번 주말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와 접촉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히고 그러나 이 접촉은 미·북한 3단계 고위급회담은 아니라고 말했다.
미 정부는 이 접촉에서 한미 정상이 합의한 「철저하고 광범위한 접근방식」을 북한측에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 관리는 이날 한미 정상회담에 관한 브리핑에서 미국은 한국의 동의없이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철저하고 광범위한 접근방식」에 따라 대북한 협상에서 어떤 항목을 포함시킬 것인지 구체화하는 작업이 한국측과 진행중이라고 밝혀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문제 처리방안에 대해 최종합의가 이뤄졌다는 한국측 발표와는 약간 뉘앙스를 달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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