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수직 이착륙 아스토블기 개발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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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0년후 쯤이면 美해군 조종사들은 더이상 바지에 오줌을 적시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조종에 관한한 세계최고라는 美해군 파일럿들도 불과 수백m의 항공모함 활주로에 착륙하는 순간만큼은 그만 아랫도리가 흥건해진다고 한다.목숨을 걸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단거리 착륙이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해군 조종사의 피를 말리는 이같은「착륙고통」은 전투기제작기술의 발달로 머지않아 깨끗이 해소될 전망이다.
세계굴지의 항공기제작회사인 록히드社와 맥도널 더글러스社는 최근 신형「단거리 이륙.수직착륙」의 이른바 「아스토블(ASTOVL)」전투기를 개발하기로 확정하고 모델 탐색에 들어갔다.
아스토블 전투기는 길이 60~90m의 활주로면 이륙이 가능하고 착륙시는 헬리콥터처럼 그대로 내려 앉도록 설계개념이 잡혀있다.아스토블의 이같은 이.착륙 형태는 이미 포클랜드전쟁등에 실전투입된 바 있는 英國의 기존 해리어機와 다를바 없 으나 구조설계나 전투성능 등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있다.즉 해리어는 최고속도가 마하1(초속 3백40m)을 넘지 않을 뿐더러 수직분사방식을 통해 이륙거리를 줄이는 반면 아스토블은 마하 1.8의 최고속도와 부양팬등을 이용해 수직이륙의 힘을 얻는 특징을 갖고있다.이 부양팬은 쉽게말해 양 날개에 달린 큰 선풍기와 같은 것이다.부양팬외에도 이륙시 피칭(앞뒤로 비행기가 요동치는 것)으로 균형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후미에 방향전환 노즐을통해 배기가스를 분사하도 록 돼있다.
아스토블에는 또 적의 레이다를 피할 수 있는 스텔스 기능까지추가될 수 있다.해리어와 아스토블의 이같은 성능차이는 美해군이항모착륙 실패로 가끔 전투기를 바닷속으로 수장시켜가면서까지도 해리어를 전투기종으로 채택하지 않는데서 볼 수 있듯 전투력 차원에서는 엄청난 것.해리어는 스피드뿐 아니라 미사일등의 무장적재까지 줄여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같은 취약점이 개선된 아스토블이 개발된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航母 탑재 전투기는 물론 육상 배치 전투기의 판도도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를 예로 들어보자.현재 북은 우리보다 훨씬 많은 전투기와 비행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그들 비행장의 활주로는 대부분 남북방향인데다 휴전선 인근에 많이 몰려있어 우리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활주로 건설과 배치는 아스토블이 실전에 투입되면 의미를 잃게될 것이다.휴전선 근처의 웬만한 직선도로도 아스토블은 이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소규모 비행장을 다수 건설함으로써 전술 운용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도 장점의 하나다.전투기가 일정한 고도에 오를때까지 적의 레이다에 잘 잡히지 않아야 좋은 야전비행장이다.이런 점에서 단거리 이륙.수직착륙 비행기의 개발은 산간오지 에도 얼마든지 비행장 건설을 가능케 한다.
이같은 다양한 장점때문에 美국방부는 오는 2010년까지 주력기의 대부분을 아스토블로 교체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전투기와의 대체가 쉽지 않으리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있다.이들은 단거리 이륙에 필요한 힘을 얻으려면 추가적인 장치가 필요하고 이에따라 비행기 자체의 중량이 늘어나면 무기탑재가 그만큼 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하지만 아스토블의 개발을 강력히 주장하는 측에서는 합리적인 설계를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맞서 귀추가 주목된다.
〈金昶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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