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상말속담사전 펴낸송재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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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상말속담이라는게 재미는 있지만 밖으로 내놓기가 민망해서 모아 가지고만 있었는데 주위에서 다들 권하고 한편 아까운 생각도들어서 출판했습니다.』 83년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우리말속담사전』을 펴냈던 宋在璇씨(80)가 최근『상말속담사전』(동문선刊)을 펴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군걱정 많이 하는 사람에게『구들꺼질까봐 ×못한다』고 하듯 걸쭉한 음담표현으로 가득한 상말속담은 점잖은 기존 속담사전에는 낯이 뜨겁다하여 오를수 없던 것들.
『알다시피 이런 속담은 여간 친하지 않으면 말하지 않아 모으기가 쉽지 않지요.』 『상말속담사전』에는 이런 진한(?)속담 7백여개가 수록돼 이 방면의 진귀한 수확으로 꼽힌다.
송씨가 속담수집에 나선 것은 자신이 싱거운 농담을 좋아했기도했지만 해방후 새나라에 무언가 보탬이 되는 일을 해보자는 뜻에서였다. 『당시는 누구나 그런 생각 한가지쯤은 했다』고 말하는송씨의 원래 직업은 벽돌제조기술전문가.친구들사이에 벽돌박사로 불리는 송씨는 이미『인공건조기와 그 조작법』『벽돌공학』『벽돌기술』『우리나라벽돌』등 벽돌에 관한 저서를 5권이나 냈다 .이 가운데 두권은 평양에서도 출판됐다.
충북 沃川이 고향인 송씨는 家兄이 광주학생운동 주모자로 피해다니다 일본에서 고생끝에 죽자 경성제2고보 졸업을 끝으로 벽돌공장경영등 사업의 길로 나섰다.그는 사업을 하면서도 형의 영향을 받아 일제하 사상운동에 가담했고 해방후에는 大 田건준청년동맹위원장을 맡기도 했다.이런 사상전력 때문에 6.25 와중에「관제공산당」으로 내몰렸던 그는 대전지역의 보도연맹연루자들이 개전초 대량학살되는 것을 보고는 월북해 버렸다.
평양에서 벽돌전문가로 활동하다가 북한당국에 의해 59년 다시고향에 내려보내진 宋씨는 곧 붙잡혀 그후 18년간 대전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고 76년 출옥했다.
『감옥에서도 벽돌공장일을 했습니다.단조로운 감옥생활에선 걸쭉한 농담이 제공하는 웃음거리가 유일한 위안이었지요.그래서 속담을 많이 아는 내 주위에는 늘 사람들이 모여 웃고 지냈는데 거기서도 많은 자료를 얻은 셈입니다.』 지금도 벽돌공장등에 기술고문으로 초빙돼 바삐 지내는 송씨는「가욋일」인 속담수집작업은 벽돌공장이 쉬는 겨울철에만 한다.탑골공원.노인정이 주요한 속담채록장소이며 대학도서관등은 겨울철엔 고정 출근하다시피 한다.
『해설과 고증은 전문학자 몫이고 나는 단지 많이 수집하기만 하면 되는데 그 덕에 늘 웃으면서 낙천적으로 살고 있지요.』 송씨는 매일 새벽3시에 일어나 오전6시까지 3시간쯤 속담정리작업에 시간을 쏟는데 10년전 펴낸『우리말속담대사전』의 증보개정을 위해 새로 2만여개의 속담을 정리해 놓고 있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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