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모피옷 유행따라 주문(속/자,이제는…:2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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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반코트는 거추장” 재킷 따로 갖춰/빈병 재활용 절약정신 본받아야
『1천만원짜리 반코트를 가지고 계신 분도 분위기를 바꾸어 입기에 좋고 특히 차를 몰고 다닐 때는 3백만원대 쇼트재킷 모피가 안성맞춤이어서 두벌 모두 구입하는 분도 계시죠.』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여성의류 매장에 별도로 설치된 1백50만∼8백여만원짜리 모피·토스카나·무스탕 전문코너.
화려한 옷차림으로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이는 중년의 주부들이 여점원의 설명을 들으며 3백만원짜리 쇼트재킷에 시선을 모으고 있었다.
지난해 이 무렵 무릎까지 내려오는 6백만원짜리 모피 반코트를 샀다는 홍모씨(42)는 『올 겨울 모피 유행이 재킷형으로 바뀌어 반코트는 이제 입기 어렵게 됐다』며 즉석에서 12개월 할부 신용카드로 쇼트재킷을 구입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일행중 한명은 차를 몰고 백화점·수영장·에어로빅센터 등에 다녀야 하므로 무릎까지 내려오는 반코트는 운전할 때 거추장스러워 재킷도 필요하다고 맞장구를 쳤다.
서울 강남과 명동의 백화점가에 따르면 10월 한달동안 모피의류 매출액은 백화점마다 1억여원에 이르고 지방의 유명백화점에서도 매달 2백여명이 모피의류를 구입하고 있다.
아시아의 네마리 용에서 탈락해 동남아·남미 후진국들에도 경쟁력이 뒤떨어지고 선진국들로부터는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렸다」는 경멸을 받아가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모피의류가 철따라 유행따라 바뀌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사치성 유행에 맞춰 분수를 모르고 비싼 옷을 마구 사들이는 일부 부유층 주부들이 빈병 하나라도 재활용하는 선진국 여자들의 절약정신을 본받고 부끄러운 줄 알게 될 때는 언제쯤일까.<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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