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출판물 저작권 첫인정-리조실록 무단복제 금지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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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북한 출판물의 저작권을 남한에서 사실상 인정하는 사법부의 첫결정이 나왔다.
서울지법 남부지원이 지난 10일 여강출판사(대표 이순동)가 아름출판사(대표 윤영환)를 상대로 낸「이조실록 제작.배포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아름출판사는 이조실록을 제작,배포해서는안된다』고 결정한 것이다.
북한 사회과학원 민족고전연구소가 번역한 『리조실록』(全 4백권)은 두 출판사가 다같이 영인본을 내고 있으나 여강출판사는 북한측과 복제출판권 설정계약을 직접 체결한 당사자고 아름출판사는 이를 무단 복제출판해 시중에 판 경우다.
이번 결정은 북한이 국제저작권협약(UCC)에 가입하고 있지 않으며 남북 당국간 저작권보호에 관한 쌍무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은 상황임에도 남한 민간인과 북한측의 계약이 유효하다고 사실상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
북한의 저작물은 그 내용이 국가보안법에 위배되지 않는한 저작권과 상관없이 무단 복제출판이 가능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으며 현재 남한에는 이같은 서적이 8백여종에 이른다.
『이조실록』의 경우는 남한의 출판업자가 저작권자인 북한으로부터 남한내 복제출판권을 설정받은 최초의 사례로서 이같은 권리가남한내에서 배타적으로 인정되느냐의 여부가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본보 10월7일자(일부지방 10월8일자) 참조〉 그동안 통일원과 문화체육부는 민간인이 북한측과 직접 체결한 계약이 남한 내에서 유효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가에 대해 견해차를 보여왔다. 통일원측은『남북한간에 저작권 보호를 위한 쌍무협정이 체결된 이후라야 여강출판사가 국내에서 배타적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문화체육부 산하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는『(북한에의한)출판권 설정행위나 저작 재산권 양도행위는 절대 적 권리의부여이므로 제3자들은 이같은 권리를 침해해선 안된다』는 입장을취해왔었다.계약의 유효성을 인정한 법원의 이번 결정은 남북한간의 출판교류를 본격화하는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趙顯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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