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아무도 예상못한 준결승의 두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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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제1국
[제1보 (1~22)]
白.朴永訓 5단 黑.謝 赫 5단

박영훈5단이나 셰허5단이 여기까지 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 세계대회 본선멤버 정도면 실력은 기껏해야 종이장 차이. 일단 단판승부로 맞붙으면 당일의 기세라든가 집중력의 농도,그리고 무엇보다 운(運)이 따라줘야 한다.

박영훈은 준결승전에서 일본의 야마다 기미오(山田規三生)8단을 꺾었다. 셰허의 제물이 된 기사는 바로 이창호9단. 이창호 앞에 선 셰허는 보름달 앞의 반딧불이 같은 존재였지만 시종 팽팽하게 맞선 끝에 반집승을 거뒀다. 이 승부는 2003년도 최대 이변 중의 하나였다.

막상 셰허가 이창호를 누르자 그의 존재가 커보인다.무명의 셰허가 농심배 국가대항전에서 4연승을 거둔 박영훈과 드디어 어깨를 나란히 한 느낌이다. 2003년 11월 4일 오전 9시30분, 대구 영남대 국제관에서 두 신예의 대국이 시작됐다.

돌을 가리니 셰허의 흑번. 한수 교환하고 손뺀 흑5에 눈길이 간다. 과거엔 우칭위안(吳淸源)9단이 즐겼고 최근엔 吳9단의 기명제자인 루이나이웨이(芮乃偉)9단의 전매특허가 됐다.

18로 붙여 최초의 접근전이 시작됐다. 이 수의 목적은 빨리 터를 잡고 안정하자는 것. 흑이 '참고도 1'처럼 1로 이으면 2로 살아두고 흑3 때 선수를 잡게 된다.

흑은 '참고도 2'의 흑1로 밀고 올라올 수도 있다. 역시 흑7에서 백이 선수를 잡는다.

셰허는 깊은 장고 끝에 19로 젖혀버렸다. 축머리가 유리하다는 점을 이용해 최대한 버티고 있다. 백은 물론 20으로 찔러두고 22로 공배를 메워 흑의 약점을 부각시킨다. 다음 흑의 응수가 어려운 대목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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