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석학에 듣는 「선진교육의 길」/OECD교육담당부국장 스킬벡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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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교육개혁,정부 결단이 열쇠”/정보사회선 「지식가진 노동력」 창출 요구/“적응 못하면 미래없다” 자각이 성패 좌우
교육개혁 취재팀은 지난달 27일 파리 시내에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를 찾았다. 이 기구는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등 24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선진국 경제클럽으로 각국의 공동관심사에 대한 정책협의와 상호조정작업을 한다. 취재팀이 현지 방문한 거의 모든 나라들이 OECD 회원국에 포함돼 있어 이들 국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교육문제·교육정책·교육개혁의 방향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교육·고용·노동·사회국의 교육담당 부국장 스킬벡(Skilbeck) 박사를 만났다. 호주 시드니대학 총장을 역임한 교육사상가 스킬벡씨는 세계에서 교육관련 정보를 가장 많이 다루는 사람중 한명이다.
­세계 각국이 벌이고 있는 교육개혁의 특징은 무엇인가.
『먼저 문맹률이 낮고 중등교육까지 의무화된 기반에서 고등교육(tertiary)이 보편화돼 가는 추세에서 출반한다. 여기서 고등교육이란 대학만을 의미하지 않고 증등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이 진학하는 다양한 직업전문학교들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지금까지 유럽은 특히 국가가 교육재정 대부분을 조달하는 체제였다. 이것이 전세계적으로 국가보다 학부모·기업쪽으로 비중이 옮겨지고 있는 추세다.
중앙집권적인 국가는 보다 지방분권적으로,지방분권적인 국가는 보다 중앙집권적으로 서로 수렴현상이 나타나 흥미롭다. 프랑스같은 대표적인 중앙집권국가는 교육정책과 재정을 더이상 국가가 장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분권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극도의 지방분권 형태였던 영국에선 교과과정·대학평가 등에 중앙정부의 간섭이 강화되고 있다.』
­유럽이 맞이하고 있는 문제들은 어떤 것인가.
『유럽국가들은 어느 때보다 극심한 실업과 경기침체,허약한 국제경쟁력에 시달리고 있다. 5백여년간 누렸던 유럽지배체제는 종식됐다. 미국과 일본을 쫓아가기도 버거운데 한국·싱가포르같은 아시아국가들이 추월해 위기를 느끼는 상황이다. 유럽은 오랫동안 자신의 지위를 즐겨왔다. 이런 상황에서 자라온 학생들은 편하고 즐거운 것을 추구하고 공부를 게을리하며 혼자밖에 없다는 고독과 소외의식속에 생활한다.』
­OECD의 교육정책목표는.
『경제와 사회가 요구하는 질높은 교육과 직업훈련을 모든이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성인들은 평균 2.5년에 한번 직무나 사는 곳을 옮기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그만큼 빠른속도로 직업세계가 변하고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노동자의 직업교육 또는 직업재교육이 대단히 중요해졌다.
특정 한 분야에만 능숙한 기능인보다 전혀 새롭게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신축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일반적 지식·기술이 더 요구되고 있는데 이러한 것은 학교교육이 아닌 평생교육을 통해 가능하다. 과거에는 배움(학교)을 마친뒤 비로소 인생이 시작됐지만 이젠 인생 전체를 통해 배움이 계속돼야 한다.
실업자교육도 문제지만 직장인교육도 문제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도 정보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이란 어떤 내용인가.
『산업이 단순 대량생산체제였을 때 기업가는 지나가는 사람을 불러서 생산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식과 정보의 부가가치가 가장 중요해진 경제속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조정능력(Coordinating)이 직업인의 필수요건이 됐다. 과거 생산의 3요소가 땅·자본·노동력이었다면 지금은 노동력은 지식 혹은 「지식을 가진 노동력」으로 재규정돼야 한다. 지식을 가진 노동력은 자본,즉 인적자본(Human capital)이다.』
­교육을 너무 경제적 관심에서만 보는게 아닌가. 인격완성·자아실현으로서의 교육도 중요한 것 아닌가.
『「교육의 중요성」은 자연과학에서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원리를 발견한 것처럼 20세기에 사회과학이 발견한 가장 큰 성취다. 교육이 없으면 인간성도 없다. 인종차별주의자와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받지 못한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교육개혁을 성공시키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무엇보다 개혁성공은 「한 사회의 실제적 생존여부가 교육개혁에 달렸다」는 명확한 인식을 중앙정부가 갖고 있느냐에 걸려있다. 그 다음 개혁안이 얼마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효과적인 정책도구를 갖고 새로운 산업혁명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정부는 인내심을 갖고 반드시 이해당사자와의 협의에 의한 정책결정방식을 취해야 하며 일단 안이 확정되면 과감하게 집행하는 추진력을 갖춰야 한다.』<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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