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대표팀 김호감독 퇴진문제로 축구계 어수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94미국월드컵축구 본선티킷을 따낸 대표팀 金浩감독의 퇴진문제를 놓고 축구계가 시끄럽다.성적부진을 이유로 감독을 문책한 적은 있어도 목표를 달성한 감독을 퇴진시켜야 한다고 거론하는 것자체가 한국체육사에 드문 일이다.金감독은 지난달 카타르 도하에서 벌어진 94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에서 당초 목표였던 월드컵 3회연속본선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룩했다.또한 한국 최초의 대표팀전임감독으로 임명돼 아직 임기를 8개월정도 남겨놓고 있으며 귀국후 자진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퇴진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일본전 참패에 대한 충격이 너무 컸으며 선수통솔이나 코치진과의 불화등이대로는 본선에 참가할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金감독은 주변의 입방아에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축구관을 갖고있다. 최종예선전이 더운 지역인 카타르로 결정되자 체력이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이례적으로 慶州합훈을 통해 2주간선수들의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의 강도높은 체력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 체력훈련이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예상은 적중했다.
그러나 카타르 현지에서 보여준 金감독의 태도는 실망스러웠다는분석이다.
우선 선수기용문제를 놓고 劉基興코치와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다. 金鑄城에 대한 金감독의 신임은 거의 절대적이어서 『김주성을빼자』는 劉코치의 건의는 번번이 묵살됐다.심지어 마지막 북한전에서는 劉코치가 김주성을 기용하지 않기위해 『咸興哲단장이 빼라고 했다』고 거짓말까지 하는 있을수없는 일이 벌어 지기도 했다. 또 일본전에서는 부상으로 뛰지못하는 金判根대신 오른쪽 수비형MF에 누구를 세울것 인가를 놓고 감독과 코치간에 견해가 달랐다. 劉코치는『공격과 수비를 모두 해본 경험이 있는 장신 李太洪을 기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金감독은 고심끝에 왼쪽 공격수인 高正云을 기용했다.
선수기용문제는 감독의 고유권한이고 이태홍이 기용됐다 하더라도결과가 달라지진 않았겠지만 코치진이 똘똘 뭉쳐야 할 시점에 내부분열상을 보였다는 것은 분명 전력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선수들의 정신력 무장을 위해 미팅을 자주 갖긴 했지만 선수들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감독의 일방적인 교육시간이 되고말았다. 특정선수에 대한 감독의 편견은 선수들의 반감을 샀으며융화를 방해하는 결과를 낳았다.
북한전에서는 전반전이 끝난직후 지시에 따르지않은 洪明甫의 얼굴을 때리는등 감정을 폭발시켜 냉정해야하는 감독으로서 문제를 드러냈다.
축구인들은 감독이 화가 나면 선수를 때릴수도 있고 홍명보가 맞을 짓을 했다고 말은 하지만 결국 감독이 선수들을 통솔하는데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다.
과연 金감독이 타의에 의해 퇴진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孫長煥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