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동 땅 경선 변수 23만1400명 표심 흔들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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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기지역 합동연설회가 13일 경기도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명박.박근혜 측 관계자들이 각각 안내판을 들고 참석자들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13일 한나라당 경선 막바지에 검찰발 돌출 변수가 터졌다.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 사이에 최대 쟁점이었던 '도곡동 땅' 문제에서 검찰이 땅의 차명재산 가능성을 열어놨기 때문이다.

도곡동 땅은 이 후보의 큰형인 이상은씨와 처남인 김재정씨의 공동 소유였다가 1995년 매각됐다. 박근혜 후보 측은 이 땅의 실제 소유자가 이 후보라고 끈질기게 주장해 왔다. 반면 이 후보는 "남의 이름으로 땅 한 평도 없다"며 차명재산설을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박 후보의 주장과 이 후보의 부인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데다 사안 자체가 국민정서를 자극하는 부동산 문제이기에 검찰 발표가 닷새 남겨 놓은 한나라당 경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초미의 관심사다. 이 쟁점이 남은 기간 한나라당 경선 선거인단 23만1400여명(여론조사 포함)에게 어떤 식으로, 어느 정도 파고들지에 따라 경선에 미칠 파괴력도 달라진다. 검찰의 발표는 중간 발표다. 도곡동 땅이 '이 후보의 소유'라고 말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박 후보 측은 이 사안을 역전을 위한 마지막 승부처로 보고 남은 기간 모든 화력을 동원해 이 후보에게 타격을 가하겠다는 기세다.

박 후보 측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이 이 후보라는 점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며 "이 후보는 그동안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해온 데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 후보는 "모든 걸 걸고 내 땅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 후보의 측근은 "검찰이 증거에 의해 사실 관계를 확정 지으면 그만이지, 증거는 대지 못하고 차명재산인 것으로 '보인다'고 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검찰이 정치공작을 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검찰발 변수가 지지율 격차에 얼마만큼 변화를 줄까.

최근 공표된 각종 여론조사를 한나라당 경선룰에 대입해 보면 이 후보가 박 후보에 비해 8~10%포인트가량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론 조사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특정 이슈가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데 보통 1~2주가 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남은 경선기간 닷새를 감안하면 이번 사안은 경선 결과에 큰 영향은 미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이슈가 가진 속성보다 이슈의 맥락이 더 중요하다"며 "악재가 호재가 되고, 호재로 여겼던 게 악재가 되는 일이 다반사"라고 말했다.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얘기다.

2002년 대선 하루 전 정몽준 후보가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때 많은 전문가들은 노 후보의 불리를 예상했지만 결국 노 후보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해 노 대통령의 당선에 유리하게 작용한 점을 들기도 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안부근 디오피니언 소장은 "도곡동 땅 차명 의혹 문제는 후보의 정직성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잠재적 파괴력이 크다"며 "사실이라면 국민선거인단과 당원 선거인단에는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선거인단의 10~15% 정도로 추정되는 부동층의 표심과 일반 여론조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양 캠프는 상반된 관측을 내놨다.

박 후보 측 김현호 상황부실장은 "그동안 박 후보가 줄기차게 강조했던 '이 후보=불안한 후보'란 주장이 검찰 수사로 사실로 드러난 것"이라며 "이 후보가 너무 약점이 많아 정권교체를 달성할 당의 후보로는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선거인단 사이에 급속도로 확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후보 측 박형준 대변인은 "박 후보 측이 중점적으로 제기했던 김재정씨 부분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며 "검찰의 터무니없는 의혹 생산에 (선거인단이) 영향을 받을 순 있겠지만 오히려 지지층이 결집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하.남궁욱 기자<wormhole@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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