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축구최종예선결산>下.선진축구 과감히 도입하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아시아국가를 대표해 월드컵본선에 3회연속 출전하게된 한국축구는 그러나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어부지리격으로 본선진출권을 따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은더이상 아시아 정상의 자리를 지킬수없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다른 나라,특히 일본의 급성장을 보면서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한국축구의 현주소를 정확히 집어내야한다.
감독의 경질문제나 대표선수의 재구성등은 협회차원에서 거론할 문제다.보다 더 큰 문제는 축구를 발전시킬수있는 토양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이번 최종예선전에서 한국축구가 일본에 참패를 당하자 거센 비난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 다.
물론 감독의 작전부재나 선수들의 정신력 해이등 비난받아야할 것은 부지기수로 많다.
그러나 일본이 한국타도를 위해 공들인 지난4~5년의 노력을 들여다보면『일본에만은 절대 져서 안된다』는 당위론이 설득력을 잃을수밖에 없다.
일본은 2002년 월드컵 유치를 목표로 하는등 정부차원의 지원과 함께 기업들의 막대한 재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거국적인 축구발전 계획을 세워놓고있으며 한국을 타도하기 위한 수백가지 작전을 연구해왔다.
따라서 투자도 하지않고 최근 급성장한 일본축구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일본만은 무조건 이겨라』는 주문은 무리한 주문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는 다시한번 우리국민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을 확인할수 있었다.
이런 열정을 특정 개인에 대한 비난으로 날려보내지말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모아야한다.
프로야구장에는 연일 만원을 이루면서 프로축구장에는 파리만 날리는 현상이 계속된다면 한국축구의 앞날은 뻔하다.
비난만 하지말고 애정을 갖고 키워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호남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제7구단의 탄생은 필수적이고 각 구단은 전용구장 설립등 막대한 투자를 해줘야한다.
정부차원에서도 협조가 있어야함은 물론이다.
축구를 통해 국민간의 일체감을 느낄수있고 국위선양을 할수있다면,또 반대로 다른 종목과 달리「축구가 일본에 지면 큰일나는」상황이 또 벌어진다면 이제부터라도 정책적인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 인정하고 싶지않지만 이미 일본은 축구에서도 저만큼 앞서나가고 있다.
지금까지는 일본이 한국을 쫓아오는 입장이었지만 어느틈에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아야 하는 신세가 돼버렸다.
「우물안 개구리」의 신세를 면하기 위해서 외국의 선진축구기술도입에 인색하지 말아야한다.
기술고문 자격으로 외국의 유수한 지도자들을 초빙하는 것도 한방법이 될수 있다.
대표 상비군제도를 활성화함으로써 연속성을 갖고 대표선수들을 키워야한다.감독이 바뀐다고 선수가 바뀌고 작전이 바뀌는 풍토에서는 발전을 기대할수없기 때문이다.
[도하(카타르)=孫長煥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