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前 피의사실 공표금지 검찰 대책 못찾아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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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공소제기전에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문제를 놓고 검찰이 고민하고있다. 문민시대를 맞아「국민의 알권리」와「피의자 인권침해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과거 권위주의 통치시대에는 권력에 눌려 웬만하면 숨죽이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인권의식이 부쩍 높아지면서 위법.부당한 처사마다 이를 문제삼고 나오고 있다.
시대가 변해도 엄청나게 변했다는 것을 실감케하는 대목이다.
서울지검 특수1부 관계자는『유.무죄가 확정되기전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바람에 억울하게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가 서울지검에만 10여건이나 걸려있어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문제의 조항은 형법 제126조「검찰.경찰등 범죄수사를 담당하거나 감독.보조하는 사람이 직무상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5년이하의 자격정지에처한다」는 규정이다.
검찰은 올해 사정정국 때만해도 각종 부정부패.비리등 세인의 주목을 끌만한 사건의 경우 공소를 제기하기전에 피의자의 혐의사실을 보도자료.브리핑등을 통해 언론에 공표해왔다.
물론 이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킨다는 명분과 수사 실적 홍보.신속한 응징 효과등을 노린 검찰 나름대로의 목적이 서로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피의사실공표죄를 내세워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잇따르면서 검찰도 이제 별도의 대책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서울지검의 서울지구배상심의회에는 최근 산업스파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S편의점 체인업체 직원李모씨가『피의사실 공표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2억5천만원 배상신청이 걸려있다.
이밖에도「瑞草洞 남편 청부폭행사건」의 피의자였던 柳모씨,살인혐의로 경찰에서 조사 받았던 미성년 피의자 부모등이 명예훼손.
정신적 피해등을 들어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계류중이다. 이에따라 검찰은『앞으로는 피의자를 기소하는 시점에서 공표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하고 있어 자칫「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金泳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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