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팬 성원없는 한국 축구 설땅 잃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한국축구의 진정한 팬은 과연 얼마나 될까.
27일 동대문구장에서 벌어진 93아디다스배 프로축구대회 2차전을 보면서 이같은 의문이 계속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지난 25일 카타르 도하에서 벌어진 94월드컵축구 아시아 최종예선전 한국-일본전이 끝난후 신문사를 비롯한 매스컴에는 대표팀의 졸전을 나무라는 전화가 빗발쳐 취재기자의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으로 느꼈었다.
아직도 축구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팬들이 이렇게 많은 상황에서 한국축구 중흥에 희망이 남아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동대문구장의 관중석을 보고 이같은 생각이 한낱 기자의 꿈에 지나지 않았음이 피부에 와 닿았다.올 정규리그 우승팀인 일화-유공.현대-LG의 두 빅이벤트가 벌어졌으나 관중은고작 3백50여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매스컴이 귀찮을정도로 전화를 걸어 대표팀을 질타한 축구팬들은 모두 어디로 간것일까. 이날 경기장에 나온 한 축구팬은 한국축구가 이렇게 된것에 대해 축구팬들도 일말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프로축구가 올해 출범했지만 경기때마다 관중석이 꽉 찹니다.선수들도 뛸 맛이 날겁니다.이와는 대조적으로 텅빈 관중석을 보면서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뛸맛이 나겠습니까.이대로 가다간 한국축구는 갈수록 일본에 뒤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고 아시아에서조차 2류국으로 전락할 것입니다.감독이나 선수들을 야단하기 전에 축구팬들도 선수들이 신명나게 뛸수 있도록 관중석을 채워주어야 합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바로 시작할 때」라는 말이 있듯이 축구인들과 팬.협회가 한마음되어 머리를 맞대고축구 중흥의 기틀을 마련해야 할 시기다.
〈林秉太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