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학원 단속, 이번엔 '선행 학습 해방' 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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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부터 서울 강남 학원의 심야수업 등을 집중 단속해 온 서울시교육청이 이번엔 아이들을 선행 학습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운동에 나선다. '학원과의 전쟁'에 이어 '선행학습 해방캠페인'을 적극 벌이겠다는 것이다. 선행학습이란 학생들이 학원에서 학년을 앞당겨 미리 배우는 과외를 말한다.

시교육청은 오는 19일 주요 일간지에 '우리 아이들을 선행학습 과외에서 해방시켜 학교교육을 정상화합시다'란 내용의 광고를 내기로 했다. 이어 26일에는 교사와 학부모.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선행학습 해방을 위한 결의대회'를 여는 한편 반상회보에도 선행학습 해방과 관련된 내용을 게재해 배포할 계획이다.

이런 서울시의 계획은 학교 간 경쟁을 통해 공교육의 질을 개선하고 엘리트 교육에 적극 나서겠다는 경기도의 교육 구상과는 사뭇 다르다.

경기도가 대대적인 교육 혁신에 나서는 반면 서울시교육청은 전시성.과시성 캠페인에 의존해 하향 평준화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지 않느냐는 비난을 살 수도 있다.

◇2단계 전쟁=이 운동을 주도하는 유인종(劉仁鍾)시교육감이 꺼내든 카드는 '선행 학습 무용론'. 그는 "선행 학습은 학생들의 성적 향상에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아이들은 선행학습을 통해 서서히 과외 중독증에 빠진다"고 주장한다. 창의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는 의존형 인간이 될 뿐이라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이의 근거로 2000년 실시된 한국교육개발원의 선행학습 효과 결과를 제시했다. 중학교 때부터 선행학습을 주로 한 학생들은 갈수록 성적이 떨어진 반면 혼자 공부한 학생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劉교육감은 "교육인적자원부도 시교육청의 '공교육 살리기 계획'을 참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확정하지 못한 채 고심하는 교육부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기도와는 딴 판=경기도는 지난 12일 확정한 '교육혁신계획'에서 "획일적 평등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21세기에 걸맞은 인재양성을 위해 엘리트 교육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획일적.기계적 평등주의와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이를 위해 경기도에 특목고 26개를 세워 서울을 에워싸는 특목고 벨트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의 입장은 영 딴 판이다. 경기도가 특목고로 서울시를 포위하더라도 현행 평준화 체제를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시교육청 고위 관계자는 "공교육은 우리가 수호하겠다는 게 劉교육감의 소신"이라며 "특목고 설립을 원하는 경기도지사나 서울시장 모두 대통령이 되기 위해 공교육을 희생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강남 학원을 단속한 지 두 달이 되도록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이 '선행 학습 해방전쟁'에서도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지나치게 홍보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리만 요란할 뿐 실제로 공교육 정상화에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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