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금리 양극화 현상/실명제 시행후 액수따라 새 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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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중기상대로 월최고 4.5%/작은손/은행보다 낮춰 대기업 “노크”/큰손
실명제 실시이후 한동안 얼어붙었던 사채시장이 되살아나면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 사주를 상대로 하는 큰손들의 거래에서는 비밀보장 때문에 이자율이 은행대출금리보다 낮아진 반면,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소액사채시장에선 이자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13일 재계와 서울 명동 등지의 사채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우량기업이 발행한 A급 어음에 대한 사채시장 할인금리는 현재 월 1.4% 정도로 2개월전 실명제 실시직후의 월 1.8% 수준보다 크게 떨어졌다.
특히 큰손들은 자금출처조사에 대한 두려움과 세원노출을 꺼려 최근 대기업 사주들에게 법인명의가 아닌 사주 개인명의로 은행이자율 보다 0.5∼1%포인트 낮은 수준의 대출을 제의하고 있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인 모회사의 L회장은 13일 『최근 모재단주로부터 은행이자율보다 1% 낮은 조건에 자금을 줄테니 회사명의가 아닌 개인명의로 쓰되 담보를 제공해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L회장은 『이 돈은 그동안 회사에서 빌려 썼던 것이나 금융실명제에 따라 더 이상 비밀보장이 어렵기 때문에 전주가 개인명의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을 상대하는 소액사채시장에선 여전히 돈 구하기가 어려워진 가운데 사채금리가 실명제 실시전의 월 2∼2.5%에서 현재 월 3.5∼4.5%로 올라 있는 상태다.
최근 중소기협중앙회 애로상담센터를 찾은 중소기계업체인 H공업(전북 이리시) 사장은 『추석을 앞두고는 하루이자가 1%인 이른바 「원달러」와 0.5%인 「반달러」 사채까지 등장했었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중소시계업체 사장도 『일부 사채업자가 월 5∼6%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그나마 별도의 보증까지 필요한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박승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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