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번화가 긴자도 불황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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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고급술집 바와 요정이 즐비한 일본 제일의 번화가 긴자(銀座)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물론 아직도 영업이 잘되고 있는 바나 요정이 있다.그러나 버블경제 시절 회사 돈으로 위세를 부리던 이른바 社用族이 주고객이던 술집 대부분은 빈사상태다.이들은 견디다 못해 일반 봉급생활자를 대상으로 한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으로 활로를 찾는등불황극복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긴자7丁目의 한 빌딩 2층에 있는 고급 바 「小夜」.이곳에서낮에만 바를 맡아 일반식당으로 운영하고 있는「晝間 마마」사리 미이코(佐里美以子.53)씨의 본업은 호스티스다.그녀는 이웃에 있는 클럽「千鳥」의 호스티스지만 지난 7월부터 小夜에서 주간 봉급생활자용 식당을 운영하기 시작했다.사리씨는 千鳥와 주인이 같은 小夜를 광열비 정도만 지불하고 주간에 맡아 식당으로 이용하고 있다.그녀의 식당에는 옛 단골들이 주로 찾아오고 있으나 일반 봉급생활자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그녀는『1천엔짜리 식사이므로 술파는 것과 매상을 비교할수는 없다』면서도 밤손님이 줄어 할수없이 시작했다고 밝혔다.그는 앞으로 아예 밥집으로의 전업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에는 생각할수 없는 고급 바나 클럽의 일반식당화가 긴자거리 이곳 저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부동산.은행.증권업계등의교제비로 번창하던 긴자의 술집거리가 불황에 따른 교제비의 대폭감축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이다.긴자社交料 飮협회 홍보국장으로 클럽 「골드마인」등을 운영하고 있는 야마모토(山本雅裕.56)씨는 『클럽의 매상이 절반으로 떨어졌다.호스티스를 줄이고 생음악 대신 가라오케를 설치하거나 두당 1만엔짜리 술집으로 값을 대폭 내리는 클럽도 생겨나고 있 다』고 말했다.
긴자 8丁目에서 30년간 영업을 해오던 클럽 「쥰」은 작년 2월 가게문을 닫고 원매자를 찾았으나 작자가 없어 빌딩주인에게가게를 반환했다.버블경기때는 클럽의 영업권이 엄청난 고가로 팔렸었는데 이제는 아무도 영업권을 사려하지 않기 때문이다.쥰의 주인 쓰카모토 이사기(塚本潔.72)씨는 『한때 영업권이 10억엔을 호가했었다』고 했다.
고급술집들이 고전하는 틈을 타 일반 서민들이 이용하는 값싸고실용적인 요식업소들이 긴자에 진출하고 있다.록본기(六本木)에 본사가 있는 서양식 선술집 黑船屋은 긴자에 두번째 가게를 냈다.하세가와(長谷川東.43)사장은 『버블경기때는 긴자의 경우 보증금과 월세가 비싸 클럽이나 요정등 비싼 술집외에는 자리 잡기어려웠으나 이제는 우리같은 선술집도 채산이 맞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이밖에 점심시간에 가라오케까지 곁들여가며 식사할수 있는 음식점도 나오고 있다.오전11시부터 오후2시까지 런치타임의 경우 1시간동안 마음대로 노래를 부르고 점심을 먹을 경우 식사대 6백80엔,가라오케 이용료 2백엔등 9백80엔이면 족하다.이같은점심식사 제공 가라오케점은 발디딜틈이 없을 정도로 붐빈다.낮 뿐만이 아니라 밤에도 이제는 3천엔 이하로 식사를 즐길수 있는음식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불황이 긴자의 모습을 社用族의 고급 요식업에서 젊음이 넘치는생기있는 번화가로 바뀌고 있는 것같다.
[東京=李錫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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