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아직도 먼 유럽통합의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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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유럽통합을 규정하고 있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두고 시끄러운 논쟁이 유럽전역에서 또 다시 일 전망이다.
논쟁은 불가피하다.마스트리히트 조약은 서로 상충적인 내용들을하나로 통합하고 있으며 일부 내용들은 獨逸통일로 인해 너무 서둘러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조약 내용의 불충실함과 모호함,그리고 조약이 체결될 당시와 오늘날 사이에 달라진 시대상황 때문에 조약이 원래 내용대로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은 크게 줄었다.통화통합 일정은 전면 재검토돼야 하며 공동 외교정책을 수행하려는 유럽공동체( EC)회원국들의 의지는 유고슬라비아 내전에 대한 대응에서 드러났듯 허울뿐이다. 이론상으로 이런 문제점들은 비켜갈수도 있는 것들이다.조약은 통화통합이나 공동외교정책수행에 참여하기를 원치 않는 나라들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코 우회하는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하나있다.통합에 가담하는 나라들을 얼마나 확대할 것인지,그에 따른제도적 문제는 어떤것인지 하는 점들이 바로 그것이다.이런 문제들에 관한 논쟁이 새롭게 벌어지고 있다.
존 메이저 英國 총리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체결되기 전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싶어했다.통합이 가속화되는 것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해서였다.메이저 총리가 생각하는 통합유럽은 보다 많은 나라들이 참여하는 느슨한 공동체였다.그는 유럽이 유럽통화통합이라는 낡은 목표를 추구하기보다 우루과이라운드(UR)무역협상이나 노동통제의 완화,복지비용 축소와 같은 새로운 문제들에 전념하길 원했다.또 장기적으로 모든 유럽국들이 통합에 가담할수 있기를 원했다.
메이저 총리의 이같은 反통합적 주장은 주로 英國에서 득세하고있다.그러나 이제 다른 나라들도 이런 주장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지난 40년간 유럽통합에 헌신해온 EC창립 멤버 6개국은 결코 쉽사리 통합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독일 집권 基民黨의 외교정책 담당 대변인 칼 라 메르스가 작성한 한 문서는 통합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이는 이달 열리는 EC정상회 담에서 독일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를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이 문서는 UR타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다.그러나 유럽통합과 관련한 다른 내용들에 대해서는 메이저 총리와 완전히대칭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예컨대 라메르스 대변인은『유럽통화제도(EMS)가 최근 많은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다 하더라도 통화통합을 일정대로 추진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메이저 총리와 라메르스 대변인 사이에 가장 큰 견해차를 보이는 문제는 EC 제도개혁과 관련된 문제들이다.두 사람은 모두장기적으로 동유럽국가들이 EC에 가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은 EC가 독립국가들의 정부간 기구가 돼야한다고 역설하고 있으나 라메르스 대변인은 EC회원국 확대는 통합의 원칙이 지켜지는 한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라메르스 대변인이 강조하는 제도개혁이란 바로 EC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각료이사회에서 다수결의 원칙을 강화하는 것이다.
가장 드러매틱한 변화는 만장일치제의 폐지가 될 것이다.
라메르스 대변인의 주장은 지나치게 야심적이다.그러나 그의 주장중 어떤 것이라도 다가오는 EC정상회담에서 제기된다면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다루어지지 못한 근본적인 원칙의 문제들에 관한 깊이 있는 토론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이는 바람직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정리=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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