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그여자의4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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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3.가을 어느 한 때(1) 현관문을 열고 신문을 주워와 거실탁자에 내려놓고 커튼을 젖히다가 은서는 그 자리에 섰다.
아파트 광장 은행나무들 사이에 어쩐 셈인지 대추나무가 한그루끼어 있었다.작년에는 여기 살질 않았으니 그 대추나무에 대추가열렸었는지 어쨌었는지 그녀로서는 알 수가 없었지만 올해 그녀는대추나무에 열매가 달리기 시작할 무렵부터 그 옆을 지나다보면 저절로 고개가 돌려지곤 했다.가지가지마다 엄지손톱만한 대추가 오종종 열려 있었다.여태까진 파랗던 것이 이즘에 붉게 익어가기시작했는데 일요일인 오늘 이른 아침부터 아파트 아이들이 그 대추를 따고 있다.
키가 작은 한 아이가 손에 들고 있던 야구방망이를 대추나무 꼭대길 향해 던지자,대추나무 가지를 잡아당겨 대추를 따고 있던키가 큰 아이들이 그 방망이에 다칠세라 얼른 가지를 놓고 저만큼 물러선다.키가 작은 아이는 신나하며 야구방망 이에 맞아 후두둑 떨어진 대추를 줍는다.물러섰던 아이들이 다시 대추나무 밑으로 다가들어 함께 엉덩이를 밀치며 대추를 줍는다.
『뭘 보고 있어?』 방문을 열고 나온 세가 은서 곁으로 다가와 은서의 어깨를 감는다.
『저 녀석들.』 은서 옆에 서서 같이 아이들을 내다보던 세가저녀석들 저 녀석들,한다.아이들은 대추를 먹으려고 땄던건 아닌가보다.서로의 주머니에 어느정도 빵빵하게 채워졌을 대추를 서로에게 던지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한 아이가 저만큼 달려가서 자,던진다 하면서 야구방망이를 든 아이를 향해 대추를 던진다.세는 저 녀석들,하다가는은서에게서 팔을 풀고 탁자 앞으로 가서 방금 은서가 집어다 놓은 신문을 펼친다.
아얏,대추는 야구방망이에 맞은게 아니라 아이의 이마나 뺨을 때렸는지 아이는 야구방망이를 내던지며 주저앉는다.아이가 주저앉거나 말거나 대추를 던지던 아이는 계속해 버려진 야구방망이를 향해 대추를 던지고만 있다.대추에 맞은 아이를 살 펴보려고 간아이는 그곁에 서 있던 다른 아이다.
『우리 집 마당에도 대추나무 있었는데 생각 나?』 커튼 앞에서 돌아서 세가 앉은 탁자 맞은 편에 앉다가 그녀는 멈칫했다.
세가 펼쳐 보고 있는 신문,세의 손가락이 받치고 있는 신문하단에 책광고가 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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