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공기업 부실 정부는 뭘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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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병 주고 약 준다」-.정부가 公기업의 병폐를 도려내겠다며 일대 수술에 나선 것을 보면서 떠올려 보는 속담이다.
경제기획원이 스스로 공개한 정부투자기관들의 患部를 보면 어떻게 이 지경에까지 오게 된 것일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문제점을 조목 조목 꼬집은 기획원 자료를 보면 그동안 정부투자기관들은 쓸데없이 사람만 늘리며 독점기업으로서 챙긴 엄청난 이윤을 직원들끼리 나누어 가졌다는 얘기로 요약된다.한마디로 인사와 조직관리가 엉망이다.그래서 대수술을 하지 않 을 수 없다는 것이다.그러나 모든 병이 그렇듯 하루아침에 생겨나지는 않는다.오랫동안 病因이 몸에 쌓여 어느날 죽음에 이를 뿐이다.
공기업들이 이 지경에까지 이른 원초적 책임은 도대체 누구에게있는 것인가.정부투자기관 사장.이사장 인사는 누가 했으며,매년정기적으로 하는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들여다보고 평가했는지 묻지 않을수 없다.
투자기관 인사권을 쥐고 있는 곳은 물론 정부다.또 경제기획원은 공기업들의 비효율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인다는 취지아래 84년이래 매년 정기적으로 경영평가를 해 오고 있다.
그런데도 이같은 不實이 축적돼 온 것은 정부의 묵인 또는 방조때문이라는 비판을 받을만한 것이다.
한편 공기업 일각에서는 이번「칼질」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본다.「남의 눈속의 티는 잡아 내면서도 제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한다」는 시각이다.정부 조직의 비능률은 손대지 못하면서 산하기관들만 들볶기로 한 듯 하다는 이야기다.
공기업의 비효율은 마땅히 제거돼야 한다.그러나 그에 앞서 공기업의 경영不實이 진정 누구 탓인지 따져보아야 한다.그리고 그런 비효율을「방치」했던 정부측에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이것은 공기업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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