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시행되면…가능성·잠재력에 당락 갈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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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가 대입 관문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우리에게 매우 생소한 이 제도는 2008학년도부터 제한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관련정보가 없는 만큼 수험생 및 학부모의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도대체 입학사정관제란 무엇이며, 어떤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게 되는 것일까.

학생선발의 '다양성 확보'가 최우선 목표
교육부 박대림 사무관은 “대학이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현 입시제도는 수능과 학생부 성적 등 정형화된 점수만으로 학생을 뽑을 뿐 발전가능성이나 잠재력 등은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입학사정관제가 시행되면 어떻게 달라질까. 예를 들어 소년·소녀가장 학생이 출신고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유지해 왔고, 입학사정관이 볼 때 ‘좋은 환경에서 교육 받을 경우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수능 점수가 다소 낮더라도 심층면접 등을 통해 그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

또다른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각 대학 입학관리처장 자리는 순환보직으로 업무의 전문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면 ‘학생선발인력의 전문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입학사정관'의 주요업무 
2008학년도 입시부터 활동하게 될 입학사정관은 대학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크게 ‘입시전형 설계 및 개발’ ‘교육과정연구·운영 및 대학홍보’ 업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전형 설계 및 개발 업무는 시행 초기 대학특성에 맞게 ‘어떤 전형에 입학사정관을 투입할 것인가’를 정하는 단계다. 시범 단계이니 만큼 리더십 우수자 전형과 재외국민 전형 등 일부에만 도입될 예정이다. 모집인원의 2~5% 가량을 선발하는 선에서 제한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교육과정 연구·운영 및 대학홍보 업무는 설계된 전형안에 따라 입학사정관이 전국 고교를 돌며 인재를 확보하고, 학생들의 개인사정 등을 고려해 입시전형에 활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학을 홍보하는 일도 맡게 된다.
 
입학사정관직은 어떤 사람들이 맡나
각 대학이 생각하고 있는 전형과 모집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학들은 ‘고교 교육과정을 잘 알고 수년간 대입에 관여했던 교육관계자’를 입학사정관의 적격자로 꼽는다.

한양대 차경준 입학관리처장은 “고등학교에서 진학상담 경험이 있는 ‘전·현직 교사’가 입학사정관을 맡는 것이 가장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창구를 통해 적임자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 bully21@joongang.co.kr
사진=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해외 유명대학은…
선발 다양화…자율성 높여

◆ UC 버클리
UC 버클리는 모집 정원의 100%를 입학사정관의 사정 과정을 거쳐 선발한다. 우선 수험생에게 개인 및 가족정보, 시험성적 및 과외활동 등 13개 분야로 구성된 입학원서를 제출토록 한다.

제출된 자료를 중심으로 입학사정관은 각 평가요소에 대해 1~5점의 점수를 부여한다. 총 60여명의 전임 입학사정관이 입시 업무를 맡는다.

입학사정 시기에는 6~8개월간 추가로 계약직 30여 명을 채용한다.
입학사정관들은 자신이 맡은 담당 지역에서 해당 고교의 교육과정과 소속 학생·학부모들의 정보를 수집하며, 사정 기간에는 담당지역 학생들을 평가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입학사정관은 전·현직 고교 상담교사와 퇴임 교수, 고교장, 대학원 학생 등이 맡는다.

◆ MIT
수험생으로부터 ‘개인신상 정보’와 ‘학업성취(성적)’로 구성된 입학원서를 접수받는다.
입학 사정은 크게 2개 축으로 진행된다. SAT 점수 및 내신 성적 등으로 이뤄진 학문적 요인 측정(Numeric Index)과 수상실적과 비교과활동, 삶의 열정 등을 평가하는 비학문적 측정(Personal Rating) 이다.

정규직의 입학사정관은 20여 명이며, 입학사정 기간동안 20여명의 계약직 사정관과 인터뷰를 도와주는 인력 등 총 2500여 명이 투입된다. 수험생의 연고지에 따라 해당 지역 출신 졸업생이 그 학생과 하룻동안 함께 지내면서 학생에 대한 평가서를 작성, 대학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 일본의 AO(Admissions Office)
일본의 학생 선발방식은 크게 학력위주 선발방식의 ‘선발형’(논문입시 유형)과 수험생의 개인적 성향을 주로 보는 ‘대화형’(예비면담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대화형’이 AO 제도의 주류를 이룬다. 원서제출 전 학교 관계자와 인터뷰를 한 뒤 AO등록을 하게 하고 면접과 면담 과정을 반복해 당락을 결정한다.

학력검사에 편중되지 않고 서류심사와 장기간의 심층면접 등을 통해 수험생의 능력과 적성, 학습에 대한 의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게이오(慶應)대학교 등에서 실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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