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군 의사당 전격 공격/러시아 사태/오전 탱크·장갑차등 앞세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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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파 시위 유혈충돌도/백여명 사상… 모스크바시청 점거
【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러시아 보수파 최고회의(의회)를 지지하는 무장시위대들이 3일 최고회의 의사당을 봉쇄하고 있던 경찰을 무장해제하고 모스크바 시청과 방송국 등 주요 시설물들을 공격했으며 이 과정에서 최소한 24명이 숨지고 1백여명이 부상하는 등 1917년 러시아 혁명 이래 최악의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관계기사 2,3,6면>
보수파의 공격이 있은 다음날인 4일 오전 7시쯤 최소한 8대의 탱크들이 의회 보수파 대의원들과 그 지지자들을 의사당으로 부터 몰아내기 위한 옐친측의 대대적인 공격 작전에 따라 의사당을 공격했다.
최소한 10여대의 장갑차량이 의사당을 공격한데 이어 탱크들이 의사당을 향해 움직이고 있으며 탱크 뒤에는 보병을 태운 9대가량의 트럭들이 따르고 있다.
앞서 장갑차들은 의사당을 향해 나가면서 이동 바리케이드를 손쉽게 돌파했으며 의사당 주변에서 의회 지지파들로부터 화염병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의사당 주변에서는 기관단총과 자동화기의 발사음이 들렸으며 모스크바 중심지와 이로부터 약 60㎞ 떨어진 타만사단의 기지를 연결하는 쿠투조프츠키가를 따라 병력이 속속 증강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3일 오후 모스크바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알렉산드르 쿠릴코프 중장을 비상사태 사령관으로 임명,군과 경찰에 발포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소요를 진압하라고 명령했다.
옐친 대통령은 또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를 부통령에 임명,자신이 유고될 경우 대통령직을 수행토록 지시했다.
이와 관련,구 국가보안위원회(KGB)산하 27군과 공정대 등 대규모 병력이 소요를 진압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모스크바 인근 주둔부대 사령관들은 옐친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다짐한 것으로 전해져 옐친 정부가 조속한 사태장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스크바 근교 정예사단인 제르진스키 사단과 오몬 경찰특수부대에서는 옐친 대통령과 최고회의를 지지하는 군인들사이에 의견이 갈리고 있으며 일부 군장성들 가운데 사태 개입을 꺼리고 있어 군부의 동향은 아직 유동적이다.
시위대는 이날 오후 2시쯤 최고회의 의사당 주변에서 시위를 시작,3시쯤 1만여명이 의사당을 봉쇄한 경찰병력을 공격해 몰아낸데 이어 곧 모스크바 시청을 점거했으며 총기로 무장한 일부가 구소련 전역에 TV방송을 송신하는 오스탄키노 방송국을 공격했으나 방송국 경비병력에 의해 격퇴됐다.
한편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국 지도자들을 비롯한 서방국 지도자들은 즉각 옐친 대통령에 대한 지지의사를 재확인하고 러시아 위기가 하루빨리 해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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