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農 키워 개방 파고 넘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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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가 그동안 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농지제도를 뜯어고치기로 한 것은 농산물 시장 개방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개혁의 방향은 대규모 기업농을 육성하고, 농촌에서 농사가 아니더라도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허상만 농림부 장관은 "영농 규모를 늘리고 도시 자본을 농촌으로 끌어들여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는 게 농지제도 개선의 목표"라고 밝혔다. 농지 임대를 허용해 대규모 경작농민에게 논.밭을 몰아준다는 전략이다. 현재 1천5백평 이하로 농사짓는 농민은 전체 농민의 35%에 달한다. 이들의 연간 평균 소득은 2천만원이 겨우 넘는다.

6천평 이상 농사를 짓는 농민은 14%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평균 소득은 3천만~5천만원이다. 경작 규모가 클수록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외국 농산물과 경쟁하려면 대량생산으로 생산단가를 낮추는 길밖에 없다. 許장관은 대신 우량농지는 보존한다고 말했다. 꼭 필요한 농지는 제대로 활용해 수입 농산물에 대응할 만한 경쟁력 있는 우량 농산물을 생산한다는 취지다.

농지 용도를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한 것은 값싼 외국쌀이 들어와 농지가격이 폭락하기 전에 미리 농지를 정리할 기회를 주자는 의도다. 농지는 농민들에게는 가장 큰 재산이다. 이들의 재산가치를 지켜주려면 경쟁력 없는 농업보다는 다른 용도로 땅을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용도가 바뀐 농지에 관광.휴양.물류 산업 등이 들어서면 농촌에 일자리도 생긴다.

도시민이 소유할 수 있는 농지 한도를 대폭 늘리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농민(농업인)'의 정의도 바뀔 수밖에 없다. 지금은 농업인이 3백평 이상을 경작하는 사람으로 규정돼 있지만 앞으로는 농민의 자격을 가름할 경작 규모 기준이 크게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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