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 수행과정.가르침 알자 고승전 출간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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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스님들의 에세이집이 심심찮게 베스트셀러 일각을 장식하는 가운데 요즘들어 옛 큰스님들의 수행과정과 가르침을 담은「高僧傳」이계속 출간되고 있다.
釋龍山스님의『여보게,저승갈 때 뭘 가지고 가지』나 東峯스님의『마음을 비우고 차나 한잔 들게나』가 대표하는 스님들의 에세이류는 대개 無所有의 삶이 선사하는 마음의 넉넉함을 대중에게 들려줘 각박한 세상살이에 한줄기 淸風역할을 하고 있다.
「高僧傳」은 이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佛者의 성장.출가.득도과정,그리고 포교행을 총체적으로 담아 佛者 삶의 실제를 알아보게 한다.
말하자면 에세이류가 불자 혹은 불교적 삶에 관한 입문과정이라면 큰스님들의 행적과 그들의 가르침을 수록한 책들은 중급코스라할 만하다.
최근 나온 「高僧傳」중 대표적인 것은『육신보살 地藏법사』『한마음 요전』『평상심이 도라 이르지 말라』『혜능』등으로 여기서 다루는 고승들은 각각 활동한 시대와 나라는 다르면서도 큰스님 특유의 공통된 중생제도 정신은 물론 그들 각자의 드러매틱한 삶을 접할수 있어 읽는 재미도 만만치않다.
『육신보살 地藏법사』는 신라35대 경덕왕 金憲英의 친족으로 태어나 24세때 선청이란 흰 개를 데리고 唐으로 들어가 중국불교 4대명산 중의 하나인 구화산을 지장보살 道場으로 만든 지장법사(696~794)에 관한 후학들의 보고서다.
75년간 구화산에서 법을 전하다 99세로 열반,3년후 육신보살이 된 전설적 고승 지장법사에 관한 첫 본격 연구서로 평가되는 이 책은 30여편의 필자들이 쓴 지장의 생애와 사상,구화산소개및 지장관련 문헌들을 담고 있다.
이중에는 詩仙 李白의『지장보살讚』『無相寺의 밤』도 포함돼있어이채를 띤다.
이 책은 불교영상社의 고승 총서 시리즈로『淨衆無相大師』『한국초기선종인물史』에 이은 세번째 책이다.로 앞으로『중국의 고승』『圓測법사』등이 나올 예정이다.『평상심이 도라 이르지 말라』는한국불교 禪의 큰 봉우리인 용성스님(1864~1 940)의 행장과 설법.게송을 東峯스님이 모아 편찬한 책이다.
한국불교의 禪은 경허스님에 와서 일기 시작했고 용성스님에 와서 완연히 꽃을 피웠다고 평가되고 있다.용성스님은 그런 한편으로 山中의 불교를 市中으로 끌어내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일제하에서 사회사업을 맹렬히 전개,한국 현대불교의 몇 안 되는 진정한포교사이기도 하다.
용성스님은 또『心造萬有論』등 12권의 저서와『조선글 화엄경』등 수십권의 불경을 번역,불경한글화의 초석을 놓기도 했었다.
편찬을 맡은 東峯스님은『禪農一致 사상을 바탕으로 일제하 혼란스러운 불교의 구태상을 질타한 용성선사는 한마디로 바로 이 시대에 필요한 불교개혁가의 면모를 지녔었다』고 발문에서 그를 기리고 있다.
용성스님이 한국의 禪을 꽃피운 스님이라면 혜능은 그보다 까마득히 앞선 7세기에 중국선종의 기틀을 세운 전설적인 고승이다.
혜능에 관한 책은 여러권이 이미 소개돼 있는데 최근 나온『혜능』은 일본 불교학자 후루타 쇼킨과 다나카 로쇼가 혜능의 생애,그중에서도 달마대사 이래 중국 禪의 개교와 그후 혜능의 入佛및 득도과정을 기술해 혜능에 관한 책으로서는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상세하게 그의 사상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한마음요전』은 최근 미국포교에 힘쓰는 盧大行스님(1926~ )어록집이다.
〈李憲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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