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사건 없었다면 인도서 테러당했을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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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0년전 많은 정부인사를 숨지게 한 버마(現미얀마)아웅산사건이 없었다면 인도에서 비슷한 사건이 터졌을지 모른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또 당시 全斗煥대통령의 버마방문은 외교적 필요성보다 동생인 敬煥씨의 로비로 이뤄졌다는 증언들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오는 10월9일 徐錫俊부총리.李範錫외무장관등 정부 각료를 포함해 17명이 북한의 테러로 숨진「버마 아웅산사건」10주년을 맞아 추모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외무부와 당시 관계자들의 증언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韓國외교사 의 가장 큰비극이자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아웅산 사건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진실이 밝혀졌을 뿐 버마의 방문 동기등 아직 많은 진실이 베일에 감춰져 있어 이같은 사실과 증언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83년 아웅산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당시 全대통령의 두번째 방문지로 예정됐던 印度에서 비슷한 테러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정보가 정보기관에 의해 사후에 포착됐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당시 이 사건 처리에 깊 이 관여한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아웅산 폭발사고가 발생한 83년10월9일을 며칠 앞두고 인도에는 韓國국적을 가진 정체불명의 장정 30~40명이 입국한 사실이 인도당국에 의해 포착됐다.
이들은 아웅산사건 직후 종적을 모두 감춰 그후 출국사실이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이 시기에 印度비자를 받아 무더기로 출국한 한국인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었다.
印度에 입국해 종적을 감춘 이들은 하나같이 머리를 짧게 깎고승복을 입은 승려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인도당국은 파악하고있었다고 당시 인도주재 외교관은 증언하고 있다.
또 당시 全대통령이 순방키로 했던 인도.스리랑카에는 北韓 배들이 여러차례 오간 사실도 정보당국에 의해 사전 포착됐었다.아웅산사건후 우리 정보당국은 이같은 사실을 종합해 이들이 北韓에서 온 저격범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었다 .
즉 이들은 한국의 여권으로 비자를 받은 후 全대통령의 버마 다음 방문지인 인도에 잠입해 버마에서의 테러가 실패할 경우 또다른 테러를 준비한 집단일 가능성이 크고,아웅산사건이 터지며 역할이 없어지자 모두 줄행랑쳤을 것이라는 추정이었 다.
○…全대통령이 당초 예정에 없었던 버마행을 결행한데는 다른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동생 敬煥씨의 강력한 부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설도 있다.
全대통령 바마방문에의 동생 입김설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당시 盧信永안기부장을 비롯해 당시 관계자들이 모두 반대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단독 결정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외교가의 얘기를 종합해보면『당시 敬煥씨는 버마에 대형 공사를따내려는 某건설회사의 부탁을 받고 靑瓦臺로 형을 찾아 버마에 꼭 가야한다고 설득했고,全대통령은 당시 李외무장관을 불러 방문일정을 조정해 보라고 지시했다.李장관은 버마정부 와 협의해 보겠다고 말한 뒤 靑瓦臺에서 나와 곧 버마측 의사를 타진했다.다행스럽게도 버마가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 해외 순방의 첫 기착지로 정하게 됐다.』 외무부 관계자들은 특히『당시 버마는 비동맹주류에서 정치적으로 이탈해 정상외교를 펼치기에는 부적한 나라였다』면서 당시 李장관도 개인적으론 이를 반대했었다고 말하고 있다. 李장관은 이해 9월 유엔총회 참석중 뉴욕에서 유엔대표부 직원들과 저녁을 하는 자리에서『버마에 가기 싫다.누가 버마를(순방계획에)집어넣었는지 모르겠다』며 불평했었다고 한 외교관은 말하고 있다.
당시 盧안기부장도 대통령의 서남아순방을 적극 반대했다.
외무부장관으로 全대통령의 외국순방계획을 짜는 책임을 맡다가 안기부장으로 옮겨 있던 盧前총리는『당초 서남아국가 가운데 인도만 방문하고 호주.뉴질랜드.아프리카.유럽을 차례로 순방한다는 시나리오였는데 안기부장으로 옮기고 난뒤 버마와 스 리랑카가 포함돼 반대했었다』고 말했다.더이상 그 배경을 설명하길 꺼리는 盧前총리는『특히 버마는 비동맹도,자유진영도,공산진영도 아닌채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어 도저히 갈 나라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全대통령측은 외교상 가볼만한 나라였기 때문에 동남아순방계획에 버마를 포함시켰을 뿐 동생의 영향설을 언급하고 있지 않다.
〈朴義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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