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노래·책 낸 이기영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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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밤 하늘 네온이 별빛보다 휘황히 타면서 우리 앞엔 빠알간 경고등 하나 둘 켜지기 시작했네."

충남 호서대 자연과학부 이기영 교수(47)가 작사.작곡한 동요 '지구를 위하여' 첫머리다. 노래하는 환경운동가로 알려진 李교수. 그는 지난해 12월 직접 만들어 초등학교 6학년 딸과 함께 부른 환경노래 CD가 수록된 '노래하는 환경교실'(현암사)을 출간했다.

李교수는 주 2회꼴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환경강의를 해왔다. 또 자비를 털어 환경노래 CD와 '환경 10계명'스티커를 제작해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하지만 초등학생까지도 입시경쟁 대열에 휩쓸린 요즘, 학생들에게 "위기의 지구환경을 지키자"는 李교수의 목소리가 과연 먹혀들까. 그의 홈페이지(www.singreen.com)에 학생들이 올린 글을 보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저도 경쟁사회 속에서 남보다 자신을 생각하기 바빴지 않았나 싶었어요. 더불어 살고, 뭔가 보람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천안 복자여고 김지연)

이 책은 출간한 지 한 달도 못돼 3천여부가 팔려 2쇄 인쇄에 들어갔다.

그는 "가난한 베를린 유학 시절 자기 집에 무료로 살게 해 준 독일 노인과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지구환경 위기, 노장사상에 대해 자주 대화했던 것이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고 말한다. 본격적인 활동가가 된 것은 1998년 음식물 쓰레기 자원화를 연구한 공로로 천주교 환경과학자상을 수상하면서부터.

"상을 받으면서 '연구만 하면 뭐하나 쓰레기 자체를 줄이는 게 더 중요한데'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세상에 나가 환경문제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캠페인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가 주장하는 것은 '검소하게 살기', '음식 남기지 않기' 등 소박하지만 삶의 태도, 인생관과 관련된 문제다. 그 자신도 유기농 채소만을 고집하고, 이면지에 프린트해 손수 가위로 오린 명함을 사용하며, 지은 지 14년된 아파트를 한 번도 도배하지 않은 채 살고 있다.

그는 최근의 광우병 파동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대량사육하는 닭에게는 자연상태보다 세 배는 빨리 자라도록 성장촉진제, 항생제가 든 사료를 먹입니다. 밀집된 곳에서 살만 찌우니 닭들이 스트레스로 서로 쪼아 급기야 부리까지 잘라버린다지 않습니까. 소도 그렇고. 광우병은 인간의 업보예요."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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