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불라토프 러의회의장 중앙일보 창간28돌 기념 특별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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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러시아 최고회의(의회)를해산하고 오는 12월 총선을 실시할 것이라고 포고령을 발한데 이어 옐친 대통령에 맞서는 의회는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키로 결정함으로써 러시아 정국이 극도로 혼미해지고 있다 .中央日報는 창간 28주년을 맞아 국내언론중 최초로 옐친의 맞수이자 러시아정치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진 최고회의를 이끌고 있는 루슬란 하스불라토프 의장을 인터뷰했다.인터뷰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의회 해산조치가 임박해 이루 어졌다.옐친대통령이 쿠데타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고 의회주변에선 이에 대비해 경계를 강화하는 어수선한 상황이었다.中央日報와의 특별인터뷰 직전에도 세번씩이나 경호관계자가 접견실을 점검했으며 인터뷰가 진행된 하스불라토프의장 방 이 있는 러시아 최고회의 건물 5층 복도에는 총을 든 경비원들이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었다.보수파와 러시아 민족주의적 중도파 세력의 리더로 옐친에 맞서고 있는하스불라토프 의장은 옐친 대통령의 조기총선 계획이 결코 국민들의 지지를받 지 못할 것이며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서방이 옐친만을 개혁의 지도자로 인정하는데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하고 러시아는 개혁과 민주주의의 길로 나가겠지만 그것은 반드시 러시아의 國民과 國富가 보호되는 방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反옐친 점진개혁론」을 강조했다.
[편집자註] -옐친 대통령이 곧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합니다.의장께서는 조기총선과 조기대선이그야말로 혼란을 가중시키기만 하는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표명해 왔는데요.
『러시아의 상황은 매우 어렵습니다.무엇보다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습니다.이러한 불안이 치유되지 않고 계속된다면 러시아의 여러 지역에서는 소요.파업 등으로 파국이 빚어질 수도 있습니다. 선거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계속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있어 왔습니다만 4월에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국민들은 대통령 선거에 이미 반대한 바 있습니다.옐친이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하려 합니다만 이는 일종의 쿠데타 행위입니다.선거 문제 는 헌정질서를 새롭게 정비한 뒤에야 가능합니다.만일 대통령이 헌법을 무시하고 의회를 해산하려 한다면 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것입니다.국민과 軍.지방지도자들은 모두 헌법을 수호하려 나설 것입니다.어떤 정치인이라도 헌법을 무시한다면 정신나간 짓이 될것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의회와 행정부의 대립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빠른 시일내에 헌법이 개정돼 이러한 대립이 조만간 정리되지 않으면 국민들의 생활은 더욱 피폐해질 것이라고분석하고 있습니다만.
『러시아는 헌법이 있는 헌법국가이고 모든 것은 헌법의 틀안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새로운 헌법의 채택방법도 일부의 주장처럼非헌법적인 방법으로는 채택될 수 없고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입니다.나는 의회의 헌법위원회 위원장인 루미안체프 의 방법대로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우리는 新헌법을 채택하는 최종마무리 작업을 11월17일께에 할 계획입니다.국민들은 개혁을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개혁을 원하는 국민들의 바람을 돌이킬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그러나 국민 들이 원하는 개혁은 아이들이 공부하고,연금생활자들이 연금을 통해 생활하는데 걱정이 없는방식입니다.옐친대통령이 추구하는 급격한 개혁은 국민들의 생활을파탄시키고 있습니다.』 -미국등 서방은 옐친대통령이 실각하면 러시아의 개혁이 다시 후퇴하고 보수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는 것 같습니다.러시아에서 개혁이 후퇴할 가능성은 없는 것입니까. 『그럴 가능성은 없습니다.옐친이 물러난다 해도 개혁은 계속될 것입니다.개혁은 옐친이나 하스불라토프.체르노미르딘이 하는것이 아닙니다.국민들 스스로가 개혁을 원하고 있습니다.배고프고가난하고 헐벗지 않기 위한 것입니다.』 -서방에서는 옐친과 그의 팀은 민주주의.자본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이고,당신과 의회는보수의 아성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또 더욱 극단적인 평가는 당신들이 아직 공산주의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그것은 서방의 환상이고 편견이며 선전일 뿐입니다.실례로그들이 매도하는 의회가 옐친과 그의 팀을 뽑았습니다.또 러시아의회의 탄생이 소련시절 민주화를 달성하려는 노력의 결실이었다는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의원들은 국가의 경제적인 손실이 없도록,그리고 국민들 사이에 많은 빈곤층이 생기지 않도록 개혁을 단계적으로 실시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이것이 의회와 정부의 다른 점입니다.
의회를 보수로 몰아붙이는 것은 러시아가 다시 강대해지기를 바라지 않는 서방의 소리입니다.미국만이 세계 제1의 강대국이어야함을 바라는 이들의 소리입니다.
또 나는 공산당의 어떠한 간부직도 맡은 적이 없어 나를 공산주의자라고 하는 주장은 어불성설입니다.』 -의장은 옐친대통령과함께 러시아 정치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분입니다.만일 빠른시일내에 대통령선거가 실시된다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의향이 있는지요.
『나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계획입니다.새로운 인물들이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립할뜻은 없어 지금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승리자가 될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루츠코이 부통령은 젊고열정적이고,아마도 그에게 기회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정치지도자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현재로선 루 츠코이 이외의 지도자가 거의 없지만 러시아 연방을 구성하는 각 지방에서 아주 유능한 대표들을 내세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당신도 그렇고 루츠코이부통령도 다 옐친대통령과는 절친한 사이이자 동지였습니다.당신과 옐친이 갈라서게 된 원인은 무엇입니까.
『개인적인 관계를 정치적인 입장으로만 판단해서는 안됩니다.나는 존경심을 가지고 대통령을 대하고 있고 그와 정면으로 대립할의사는 없습니다.
그러나 옐친대통령과 나는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해 다른 견해를가지고 있습니다.나는 강경한 헌법 수호자이며 이러한 나의 강경한 입장이 일부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는 러시아의민주발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 [모스크바=金錫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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