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폴란드총선 공산계 승리의 배경과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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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東歐 반공투쟁의 旗手였던 폴란드 국민들이 19일 치러진 총선에서 舊공산계열인 민주좌파동맹(SLD)과 폴란드 농민당(PSL)을 제1,2黨으로 선출해 유럽각국에 적잖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는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동유럽과 옛蘇聯 공산정권의 몰락을 불러일으켰고 경제적으로도 가장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던 폴란드의 유권자들이 舊공산세력에표를 던진 가장 큰 이유는 급진적인 경제개혁에 따른 불안정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폴란드 경제는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거쳐 올해 4%의 높은 성장률이 예상되고 인플레도 90년 5백85.5%에서 올해는 40%수준으로 동유럽국가들중 가장 안정적인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의 여파로 15%에 달하 는 高실업률,실질임금의 저하등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왔다.급기야 유권자들은 불안한 성장이냐,안정이냐의 귀로에서「안정」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공산시절 가게에는 아무것도 없었을 망정 주머니는 꽉 차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정반대다』『옛날이 지금보다 나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좀더 안정돼 있었다』며 공산시절을 떠올리는 국민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번 총선으로 폴란드의 개혁 속도는 늦춰질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개혁이 중단되고 舊공산체제로 복귀할 가능성은 상상하기 어렵다.제1黨으로 부상한 SLD의 지도자 알렉산드르 크바스니에프스키는『폴란드가 개혁을 필요로 하는한 우리는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해 시장경제개혁으로부터 의 급격한 선회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 91년 총선에서 29개의 군소정당이 난립,혼란을 빚어왔던 폴란드는 이번 총선에서 어느 당도 25%이상의 지지를 얻지못해 정치적 안정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원내의석을 차지하는데 필요한 5%이상의 지지를 얻은 정당은 SLD.PSL을 비롯,한나 수호츠카 現총리가 이끄는 민주동맹(UD),가톨릭 노동동맹,독립 폴란드연합,개혁을 위한 초당파 연합(BBWR)등이다.이에따라 SLD를■주축으로 하 는 聯政이 불가피하다.舊공산계열 정당들은 이미 연정구성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 현재로서는 SLD와 PSL의 연립내각이 가장 유력시되고 있다.
이 경우 폴란드는 프랑스의 左右동거와 유사한 정치체제를 갖게되고 右派 레흐 바웬사대통령은 정치적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이다. 바웬사대통령은 자신이 지난 7월 결성했던 BBWR이 이번선거에서 가까스로 5%정도의 지지를 얻긴했지만 대패해 95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再選에 큰 부담을 안게됐다.
〈韓敬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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