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7개월 한약분쟁 일단 돌파구-경실련중재안 수용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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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약사와 한의사단체가 20일 經實聯의 중재안을 받아들임으로써 韓-藥분쟁은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게됐다.
양 단체가 이날 전격합의에 이른데는 7개월간 계속된 분쟁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과 보사부가 입법예고한 약사법개정안의내용이 어느쪽에도 득이되지 않는다는 공동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그러나 양단체의 합의가 韓-藥분쟁의 완 전해결로 이어질 것으로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그 이유는 우선 약사와 한의사간에 합의된 내용이 분쟁의 여지를 그대로 안고있다는 점이다. 양단체는 정부의 입장이 확고한 의약분업에 대해 3년이내에 실시토록 한다고 합의했으나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된 약사의 한약조제 문제에는 아직도 이견을 노출하고 있다.
합의사실 발표 직전까지도 진통을 겪은 이 문제에 대해 한의사측은 의약분업실시 이전에 한약사 제도를 도입,한약사에게만 한약조제권을 주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약사측은 의약분업이 본격실시 되기까지는 현재처럼 모든 약사들이 한약조제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양측은 이 문제에 대해 별도의 연구위원회를 구성,계속 논의키로 했지만 완전한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멀고도 험한 길이 남아있다. 20일밤 약사회의 시.도지부장및 상임이사 연석회의에서 일선지부장들이 한약사제도 도입에 반발,權景坤회장이 사퇴한 사태가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 한가지 합의내용이 안고있는 문제점은 양 단체가 합의의 전제로▲보사부의 입법예고안 철회▲합의사항 무조건 수용을 내세운 점이다. 양 단체와 經實聯등이 참여한「한약분쟁조정위원회」는 이날 합의사실과 함께 발표한 성명을 통해『합의된 사항이 모든 사람에게 충분히 수용되고 예상되는 극한행동을 피하기 위해 보사부의 입법예고안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보사부가 양 측이합의한 經實聯 대안을 부분적으로 선별할 경우에는 본 합의는 취소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전제는 현실적으로 보사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앞으로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있을지도 모를 집단행동이나 합의취소사태에 대해 정부측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것이 보사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첩약의료보험의 경우 지역의보급여의 절반을 정부가 부담하기 때문에 연간 5천억~6천억원의 추가부담이 발생,즉각 실시가 어렵다는 것이다.
보사부는 한의사공중보건의제도도 주무부처인 국방부와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추진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의가 분쟁의 돌파구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되는 이유는 양측이 이견을 보여온 의약분업에 대해 합의를 이루는등 대화에 의한 분쟁해결의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약분쟁조정위원회는 보사부의 입법예고안 철회를 전제로 내세우기는 했지만 미타결사항인 의약분업전까지의 약사 한약조제권에 대해서도 한달이내에 해결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어서 보사부가 기존합의사항 수용에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일 경우 완 전타결의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李德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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