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이웃돕기 23억원 내놓아-한약방주인이 복지법인 설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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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밥 한술도 배고픈 사람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시골의 40대 한약방 주인이 17년간 한약방을 하면서 남몰래 모은 22억8천여만원을 불우이웃돕기 기금으로 선뜻 내놓아 화제다.
경남함안군법수면윤외리 대성당한약방 대표 金建男씨(49)는『이웃덕택에 번 돈을 불우이웃을 위해 쓰기로한 것』이라며 20일 22억8천6백65만5천82원의 양도성 예금증서(CD.30장)를가칭「사회복지법인 대성복지회」설립기본 자산으로 출연했다.
金씨는『그동안 실명으로 한푼두푼 적금을 해오다 5~6년전부터이율이 높은 CD로 바꾸었다』며『실명제 실시에 따른 자금조사등은 조금도 거리낄게 없다』고 말했다.
金씨가 설립신청서와 함께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보면 이자수입으로 우선 첫해인 94년도에 함안군내 소년.소녀가장 4가구와 영세민 50가구에 매달 5만원씩,불우노인가정 50가구에 매달 2만5천원씩등 모두 4천7백40만원을 지원하고,95 년 이후에는지원 대상을 2백~3백여가구로 늘릴 예정이다.
金씨가 남을 돕기로 결심한 것은 자신이 어린시절부터 남다른 가난과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
일본에 강제징용됐던 부친이 해방후 징용때 얻은 지병에 시달리다 사망한데 이어 어머니마저 병석에 눕자 중학교 1학년생의 어린나이에 4남1녀의 소년가장이 돼 배고픔에 시달리는 어린 시절을 보내야했다.
신문배달과 찹쌀떡 장사등을 하면서도 책을 놓지않았던 그는 32세때인 76년2월,한약업사 자격증을 얻어 대성당한약방을 개업,『약값이 싸고 효험이 뛰어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크게 번창하기 시작했다.
『돈을 벌어 가난한 사람을 돕겠다』던 어려웠던 시절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그는 가족들도 모르게 저축을 하기 시작,20여년만에 이같은 거액을 모으게된 것.
그 흔한 부부해외관광 한번 하지못하고 가까운 부곡온천에 몇차례 다녀온 것이 고작이다.
金씨는『당초 학교설립에 뜻을 두었으나 운영비 부담이 너무 커불우가정을 실질적으로 도울수 있는 복지법인을 구상하게 된 것』이라고 털어놨다.
[咸安=許尙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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