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한국적여인상으로 자리매김 탤런트 선우은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요즘 젊은이들에겐 실감이 오지 않을지 모르지만 鮮于銀淑(34)은 하나의 원형으로 기억되고 있는 몇 안되는 연기자중 하나다. 「동양적 청초함」이라는 이미지는 KBS 대하드라마『토지』에서의 월선역으로 더욱 짙어지고 깊이를 획득해 그녀는 말로 꼬집어 표현하기 힘든「한국적인 여인상」으로 자리매김돼 있다.
그녀를 보면 예전의 모습,이미지를 그대로 확인하게 된다.가녀린 얼굴선과 엷은 눈썹,선량해 보이는 눈,섬세한 입술,그리고 자그마한 몸집까지 그대로다.
그러나 이윽고 틈새마다 그간의 세월과 그녀의 생활이 끼어들어와 있음을 깨닫게 된다.지아비의 아내,두 아이의 어머니라는 것을 스스로 잊지 않으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선우은숙이 이달말부터 방송되는 KBS-2TV『금요일의 여인』「무지개 사랑」편에서 주연을 맡았다.출산 이후 겹치기를 자제해온 그녀로서는 오랜만의「무리」다.그녀는 현재 MBC-TV『사춘기』에서 중학생 동민의 엄마로 나온다.
『마금자라는 청순한 대학생이 40대 중반의 사업가 서지혜로 변신하기까지가 회상형식으로 다루어져요.겉으론 차분하고 조용한데속으로는 뭔가를 갖고 있는 당찬 여인이에요.』 그녀는 일상으로의 추락과 연기자로서의 긴장 사이에서 교묘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듯 보인다.스스로도「본능적으로」 인기를 쫓던 시절은 지나갔다고 말한다.그럴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는 것을 안다.
『연기자 이전에 주부입니다.나만을 주장하면서 가정을 소홀히 할 수는 없죠.그러나 연기를 안하고는 못 살 거예요.』 스스로「끼」가 있기 때문이라면서『요즘은 신인때보다 더 열심히 뛴다』고 한다.선배로서의 부담감과 나름의 욕심 때문이란다.
그러나 예전처럼 자연스러움을 꾸미지는 않으려 한다.움직임이 많으면 눈에 잘 띄고 연기 잘 한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지만『계산해서 꾸미지 않고 가슴으로 느껴서 하는 연기가 좋은 연기인 것같다』면서『월선같은 한서린 가슴아픈 여인역을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79년 KBS공채 6기생으로 연기를 시작했으나 중간 중간 아이들 때문에 7년쯤 쉬었다.81년 톱스타 李瑩河와 결혼해 국교2년,5년생 두 아들을 두고 있다.
〈郭漢周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