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韓.藥진통 장기처방 따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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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3일 보사부의 약사법 개정시안이 발표되자마자 시작된 양 단체의 집단반발은 약사회의 총폐업과 한의사회의 무기한투쟁 결정으로또다시 국민들을 불안속에 몰아넣고 있다.
한의사회는 약사법 개정작업이 약사의 한약조제에 대한 자신들의이의제기로 비롯된 만큼 이번 기회에 약사들이 한약을 다룰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태세고,약사회는 40년동안 지켜온 권한을 조금이라도 침해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한약문제 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한약분쟁의 원인과 현실을 살펴볼 때 해결책은 장기처방뿐 묘책이 없는 것 같다.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은 한의학에 대한 정부정책의 부재라고 단언할수 밖에 없다.보건당국은 그동안 국민보건을 위해 전통의학인한의학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의료체계를 세울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은 커녕 그 당위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보사부에 한방과가 설치된 것이 지난 6월이었다는 점이 한방에대한 정부의 인식수준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한의학의 위상이 차츰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불행하게도 정부의정책에 의해서가 아니라 한의사들에 의해서였다.
한의사측은 또 80년대 들어 한의과대학이 설치되는 대학이 늘어나면서 목소리가 뚜렷해졌고 약사를 상대로 본격적인 한약조제권다툼을 제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책임은 한의사도 약사도 아닌 분쟁이 일어나도록 한의학을 방치한 보건당국에 있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를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극한 대결로 치닫는 韓.藥분쟁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국민의 입장에서,제대로 된 국가정책의 측면에서 문제를 들여다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방안은 의약분업이다.
한의사측은 어려운 한의학의 원리를 내세워 그것이 불가능하다고주장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의사는 환자를 진단하고 병에 맞도록 치료약을 처방하면 그것을 약사나 한약사가 조제한다는 것이의약분업인데 한약을 제대로 배운 사람이 조제를 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한의학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양방처럼 확립되도록 한의학이 발전하고 한약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인력을 길러내는데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한만큼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의약분업을 주장하는 약사들이 지금 당장 분업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한의사의 역할을 해야겠다는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한의학에 대한 정부정책이 표류하는 동안 전통약에 애착을갖고 공부한 약사들도 적지 않을 것이지만 지금 한약에 필요한 것은 분배보다 성장이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히 정부도 그같은 의지를 갖고있는 것같다. 한의학발전위원회를 이미 구성한 상태이며 이를 통해 한방의료보험 확대,한약재 가격등 관리개선,한의사 공중보건의 제도,의약분업등 한의학의 과제를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말하자면 한의학의 본격적인 발전은 이제 시작되는 셈이고 한약의 조제에 대한 역할분담도 그 과정속에서 포함된 것이다.
따라서 눈앞의 조제권다툼에 얽매여있는 한의사와 약사측은 이 문제가 집단행동으로 금방 해결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장기적인 대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방도 결국 의약분업으로 가며 분업의 파트너는 한의사와 한약을 전공한 약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라는 것을 양 당사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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