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높인 자정운동/재야 법조계/부패척결나선 서울 변호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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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역겸직 의원 징계는 이례적/「아래로부터 거듭나기」에 눈길
재야법조계의 자정운동이 날로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서울변호사회(회장 김창국)는 31일 현역의원 장기욱변호사(50·고시 13회) 등 변호사 6명에 대해 대한변협에 징계를 신청한데 이어 소위 「전관예우」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돼온 Y변호사 등 5명에 대해서도 비위혐의 조사를 확대키로 했다. 이번의 징계신청은 법무부·대한변협 차원이 아닌 지방변호사회가 스스로 사정의 메스를 들었다는점에서 「아래로부터의 개혁」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재야법조계는 올 2월 변호사법 개정으로 징계자치권을 확보한뒤 진통끝에 12일 정직처분 등 변호사 4명을 변협 창설이후 첫 징계했으나 연수원 출신 소장변호사 등 일부로부터 『잔챙이만 잡히고 월척은 빠져나간다』는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게다가 17일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 이충범변호사가 소송의뢰인으로부터 10억원의 과다수임료를 받은 혐의로 직위해제되자 그동안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돼온 과다수임료 등 변호사 업계의 비윤리적 행태에 대한 여론의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소송을 제기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10억원이란 거액의 수임료를 챙긴것도 일반인들에게 충격을 주었지만 변협차원의 자정노력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서도 이같은 비리가 재발되는 것은 결국 변협의 비리 척결의지가 미흡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었다.
따라서 서울변회의 이번 징계개시 신청과 징계혐의 조사활동 착수는 현역의원 변호사의 변호업무 태만과 월등히 높은 보석·구속적부심 등 사건성공률로 눈총을 받아온 Y변호사의 과다수임료 수령 및 판사재직시 담당사건 변호수임 혐의(변호사법위반) 조사로 한층 자정의 강도를 높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민족정기 시비를 불러일으켰던 이완용 증손자의 토지반환소송을 맡아 승소판결까지 받아냈던 박성유변호사의 비위를 적발,징계를 청구한 것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불성실한 변론혐의로 징계가 신청된 장 변호사는 『본인 등 4명의 변호사가 공동수입한 것으로 돼있는 문제의 사건은 사실상 이모변호사가 맡은 사건으로 본인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하고 있는 등 징계대상자들을 중심으로 징계대상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제시되고 있다.
또 조사선상에 오른 Y변호사 역시 『성공 사례금 등은 이미 전부 돌려줬고 문제가 된 판사 재직중 맡은 사건을 수임한 것은 재판기일이 잡히기 전에 사직했기 때문에 나에게 배당된 사건인지를 전혀 알지못했다』며 자신의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비위혐의가 드러난 당사자들의 항변은 변협조사위원회가 다시한번 검토할 문제지만 변호사업계는 이번 징계를 계기로 비싼 수임료에 비해 질 낮은 법률서비스를 감수해야 하는 「소비자」의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변호사 대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유현석변호사가 『변호사 개업한지 1년안에 10억원을 못 벌면 바보라는 소리가 변호사 입에서 나오고 있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변호사업계의 자정을 「개혁」이라 하지않고 「정화」라는 말을 쓰는 모양』이라고 한 자탄은 변호사의 현재 위상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인지도 모른다.<정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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